국군 장병이 먹는 건빵과 햄버거를 관리하는 공무원 및 군 간부들이 납품업체에서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 공무원들은 규정보다 높은 가격에 식품을 납품받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품업체는 싸구려 저질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군에 납품했다. 이렇게 남긴 차액은 고스란히 공무원과 군 간부, 납품업자들의 손에 들어갔다. ▶본보 6월 9일자 A14면 참조 A14면 장병 먹을거리로 장난쳤는데… 햄버거빵 제조일자 허위표시 군납업체 적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3일 군용 건빵과 햄버거용 빵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낙찰 단가를 미리 알려주고, 원가보다 비싸게 납품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해당 업체에서 5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방위사업청(방사청) 이모 사무관(5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 사무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납품업체 관계자 10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무관은 납품가격을 산정할 때 제조 원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가격을 올려 D사 등 9개 제조업체로부터 건빵을 납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은 건빵을 실제 원가보다 비싸게 납품하면서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1년 6개월 동안 6억60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D사는 실제보다 높은 가격에 납품하면서도 방사청이 규정한 제조 요건을 준수하지 않고 식품을 만들어 6100만 원의 차액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업체들이 계약상 건빵용 반죽을 만들 때 쌀가루와 밀가루를 같은 비율로 섞어야 하는데 쌀가루는 조금만 쓰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밀가루를 많이 넣어 재료비를 아끼는 등의 수법을 썼다”고 말했다.
실제로 납품업체들이 군부대에 납품한 햄버거용 식빵 중 상당수는 가장 자리에 곰팡이가 피거나 일부가 뜯겨 있고, 건빵은 반죽 상태가 고르지 않아 곳곳이 파였다.
방사청은 4월에도 D사가 햄버거용 빵 제조일자를 속여 군에 납품한 사실을 적발했지만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한 달 뒤 50억 원 규모의 식자재 군납업체로 다시 선정해 특혜 의혹을 받았다. 당시 방사청은 “적법 절차와 규정에 따라 결정된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경찰 조사로 이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또 경찰은 강원도 전방부대에 근무하는 육군 김모 중령(48) 등 8명에 대해서도 건빵 햄버거 제조업체에서 돈을 받은 혐의를 확인하고 국방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김 중령 등은 건빵과 햄버거 품질검사를 하면서 부패 제품이 나오자 이를 무마해 주고, 위생 점검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조건으로 업체 측에 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중령 등은 부패한 햄버거용 빵을 카메라로 촬영해 업자들에게 보여주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 중령 등은 5월 한 달 동안만 약 550만 원의 돈을 받았다”며 “과거에도 돈을 받은 혐의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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