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대규모 충돌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해군기지 공사장의 대형 크레인 부품 조립작업을 보고 공사 재개로 판단한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 단체 회원들이 크레인을 점거한 것. 이 과정에서 경찰은 가담자 5명을 연행했고, 반대 단체 회원과 주민들은 연행자를 호송하는 경찰차량을 에워싸고 몸싸움을 벌였다. 8시간가량의 대치 끝에 경찰이 연행자를 서귀포경찰서로 호송했지만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해군기지 갈등은 1월 이후 진정 국면에 들어가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이 제안한 조건부 수용이 총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반대 열기가 급속히 약해졌다. 집회 참석자도 10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3월 들어 반대운동이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생명평화결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개척자들’ 등의 외부단체가 개입하면서 과격 양상을 보였다. 공사 장비 앞에 드러눕고, 준설용 바지선 난입을 시도하는 등 충돌이 격해지면서 6월 하순 해군기지 공사가 또다시 멈췄다. 이후 정치권 이슈로 번지고 해외 언론에도 기사가 나가는 등 일파만파로 퍼졌다.
해군기지 갈등을 풀기 위해 제주도, 제주도의회 등이 나서고 있지만 해결 방안은 제각각이다. 제주도의회는 18일 해군기지 갈등 해소를 위한 임시회를 마친 뒤 정부에 ‘주민투표’를 건의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도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빠졌다. 해군 측은 국책사업은 법률적으로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일축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최근 ‘평화적 해결’과 ‘당사자 해결’이라는 2개 원칙을 제시했다. 강정마을에 외부 단체가 개입하면서 정작 강정마을 주민, 제주도민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사 재개를 위한 공권력 투입도 자제해 주도록 정부에 요청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제주도는 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반대 주민과 단체들이 결과에 수긍할지 미지수다. 갈등이 깊어지면 결국 법률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태다. 경찰, 반대단체 등이 떠나면 강정마을은 상처만 남는다. 소신과 원칙, 배려와 관용을 실현한 ‘황희 정승의 지혜’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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