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양말 훔친 장면 찍었다”… 절도 유도한 뒤 대리기사 돈 뜯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너무하네….’

한때 대리운전사로 일했던 하모 씨(37·무직)는 5월 초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도로에서 대리운전사를 불렀다. 그는 대리운전사 A 씨에게 “차를 8km 떨어진 마트 주차장에 가져다 놓아 달라”며 “대리운전비 1만 원은 뒷좌석에 있는 옷 속에 있으니 가져가면 된다”고 말했다.

지시를 끝낸 A 씨는 대리운전비를 챙기다 뒷좌석에 양말과 음료 20∼30개가 있는 것을 보고 양말 한 켤레를 훔쳤다. A 씨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뒤 하 씨로부터 “양말을 훔친 장면이 녹화돼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 합의금 100만 원을 주면 용서해 주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하 씨가 미리 차에 영상주행기록기를 설치한 뒤 함정을 팠던 것. 결국 A 씨는 양말을 훔친 죄를 무마하기 위해 하 씨에게 50만 원의 합의금을 줬다.

하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A 씨를 포함해 대리운전사 7명에게 200만 원을 뜯어낸 전문 사기꾼. 하 씨는 지역 대리운전사들 사이에서 이런 수법이 알려지자 충북 경기 등으로 원정 범행을 떠났다가 경찰에 적발돼 구속됐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은 25일 하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물건을 가져간 대리운전사들도 잘못이지만 계획적으로 함정을 파 물건을 훔치게 만들고 돈을 뜯어낸 하 씨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전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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