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정란희 세종병원 이사장(오른쪽)이 할르타예브 바흐티야르 알란&넷시스템스 상임이사와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르면 내년 초 카자흐스탄에 국내 병원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병원이 세워진다. 국내 병원 브랜드가 외국으로 수출된 첫 사례다. 국내 병원은 브랜드 사용 대가로 연간 50억 원을 벌어들이게 된다.
심장질환 전문병원인 세종병원은 “카자흐스탄 기업 알란&넷시스템스와 알마티 시에 100병상 규모의 심장전문병원인 ‘세종-유라시아 병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25일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병원은 이어 “내년 초 이 병원이 세워지면 카자흐스탄의 첫 심장질환 전문병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병원은 현지 의료진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한다. 또 전자의무기록(EMR)을 포함해 세종병원의 운영 노하우를 통째로 컨설팅해 줄 예정이다. 그 대신 매년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는데, 5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의료기관의 브랜드가 외국에 수출돼 로열티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 제안은 카자흐스탄이 먼저 해 왔다. 지난해 2월 경기도가 실시한 해외 의료진 국내 연수 프로그램이 계기였다. 당시 셰가이 뱌체슬라프 세종-유라시아병원 이사가 세종병원에서 심장내과 연수를 받았다. 그는 첨단설비를 갖춘 한국 병원에 감명을 받았다. 카자흐스탄에 이런 병원을 짓는다면 심장 치료를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환자 비율을 낮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6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2개월 만에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세종병원은 현지 투자비용 없이 브랜드와 의술을 수출하게 됐다.
세종병원은 카자흐스탄에 꽤 알려진 병원이다. 그 시작은 1989년 저개발국의 선천성 심장병 환자 1000명에게 해준 무료 수술이었다. 수술 결과가 좋아 외국인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에는 모두 324명의 외국인 환자가 진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 극동아시아 환자가 224명(70%)이었다. 세종병원 관계자는 “흉터가 많이 남는 개흉수술 대신 1∼2시간 내에 끝나는 내시경수술을 많이 한다는 점, 공항에서부터 숙박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점이 카자흐스탄 사람들에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은 육식 위주의 식생활 때문에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의 사망률이 높다. 하지만 의료시설은 낙후돼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국립병원은 보통 3개월 이상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유한 환자들은 외국 병원을 찾는다. 지난해 국내 병원을 찾은 카자흐스탄 환자는 346명이었다. 전체 외국인 환자의 0.5%에 불과하지만 1인당 진료비는 378만 원으로 가장 많다.
한편 30일 카이르베코바 살레다트 카자흐스탄 보건국 장관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세종병원, 경기도, 카자흐스탄 보건국, 세종-유라시아 병원 등 4개 기관이 의료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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