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단일화 금품수수 의혹’ 박명기 교수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7일 03시 00분


9000만원 사퇴 대가? 선대위장 일한 몫?

검찰이 지난해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자 매수 의혹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곽노현 현 교육감이 이에 얼마나 연루됐을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수사 의뢰에 따라 검찰이 수사한 결과 올해 2∼4월 곽 교육감의 측근이 교육감 선거 직전 후보직에서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체육교육과 교수의 동생을 통해 박 교수에게 9000만 원 안팎을 건넸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사실뿐이다.

이 돈의 성격이 후보직 사퇴에 따른 대가인지, 곽 교육감의 선거운동 당시 박 교수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일해 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전달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성격의 돈인지는 전혀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또 곽 교육감이 이를 사전 또는 사후에 알았는지, 9000만 원이 측근의 돈인지 아니면 곽 교육감의 돈인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곽 교육감이 이 사건에 어느 정도 개입했을지에 대해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건이 곽 교육감과 연관이 있을 개연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박 교수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서울시교육감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박 교수는 선거 당시 곽 교육감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선거를 2주 앞두고 자진 사퇴 결정을 내려 진보 진영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서울시 교육위원이었던 박 교수는 6·2 지방선거 후보등록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진보 성향 후보는 박 교수와 곽 교육감을 포함해 5명이었다. 진보 진영 시민단체 모임인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범시민 추대위원회(추대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추대위의 단일화 작업이 일부 단체의 독선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단일화 논의에서 탈퇴했다.

박 교수의 한 측근은 그가 추대위를 떠난 이유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민주노총 등 추대위 핵심 단체들이 곽 교육감을 지원하기로 이미 뜻을 모은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박 교수는 진보 진영에서 껄끄러워하는 후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온건한 진보’라는 평을 받고 있던 박 교수는 교원평가가 꼭 필요하다는 등 진보 성향 단체들과 상반된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추대위가 뽑은 단일 후보인 곽 교육감과 한 달여 동안 경쟁 관계였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결국 5월 19일에 박 교수는 자진사퇴했다. 박 교수는 이후 곽 교육감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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