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19금 판정논란 음반심의위장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종교적편향성 싸고 잡음
“자율규제로 점진 전환”… 정부개선안 10월 시행

무리한 ‘19금’ 판정으로 논란을 빚었던 청소년보호위원회 강인중 음반심의위원장(59)이 자진 사퇴했다.

여성가족부는 “강 위원장이 27일 이번 논란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를 수락했다”고 29일 밝혔다. 그동안 음반 심의에 강 위원장의 종교적 편향성이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다. 강 위원장 또한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강 위원장이 지난달 한 기독교 신문에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으면서 시작됐다. 이 기고문에서 강 위원장은 레이디 가가가 공연에서 신성 모독 행위를 한 사실을 언급하며 “모든 문화예술 행위는 반드시 성경(기독교)의 잣대로 심판된다. 가가가 21세기 새로운 ‘악마의 화신’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의 이 가치관이 음반 심의 과정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워너뮤직 대표를 맡은 바 있는 강 위원장은 현재 기독교 음반과 서적을 펴내는 ‘라이트하우스’ 대표를 맡고 있다.

강 위원장이 물러남에 따라 여성부는 새 위원장을 위촉하고 현행 9명인 위원을 방송사 PD, 음반기획자 등 전문가를 추가해 13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아·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19세 미만 등급 외에 12세 미만 등급을 신설한다. 12세 미만 등급 표시는 업계 자율에 맡기며 방송·판매 금지를 내리진 않는다. 음반 심의 과정에서 음반업계의 의견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개선안은 10월부터 시행한다.

장기적으로 음반 심의를 민간에 이양하기 위해 청소년보호법 개정도 추진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나 게임물등급위원회, 간행물윤리위원회 같은 다른 매체물의 등급 심의기구와 유사한 공익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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