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씨가 입 열면…” 여러 사람 떨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 박태규씨는 누구

부산저축은행의 핵심 로비스트인 박태규 씨(71)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계와 법조계에까지 손이 닿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가 누군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박 회장’으로 불렸다. 박 씨와 만나본 적이 있다는 사람들도 구체적인 신원이나 하는 일은 알지 못했다. 박 씨는 경남 함안 출신으로 사업체를 경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를 만나본 사람들은 그를 호탕한 성격에 발이 넓고 상당한 재력을 갖춘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는 이런 점을 이용해 부산저축은행뿐만 아니라 벤처 회사 등 여러 회사의 로비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 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 인사들과 폭넓게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 일대 고급 음식점에서 정관계 인사들과 자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유력 인사들의 상가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로비스트 중 한 명으로 정관계에 수시로 줄을 댈 수 있는 인물”이라며 “박 씨가 입을 열면 여러 분야 사람들이 불편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 씨는 또 20여 년간 소망교회를 다니면서 집사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가 소망교회 인맥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접근을 시도했지만 이 대통령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접근을 차단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검찰은 이런 박 씨를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를 밝혀줄 중요한 열쇠로 보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캐나다로 도피한 박 씨의 송환은 쉽지 않아 보였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6월 국제검사협회(IAP) 연례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브라이언 손더스 캐나다 검찰총장과 양자회담을 열고 박 씨의 조기 송환을 요청했다. 캐나다 연방경찰 및 이민국과 직접 접촉해 여권 반납명령이나 강제추방 형식을 통해 박 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범죄인 인도 청구와 함께 인터폴에 사기 혐의로 공개수배도 했지만 캐나다 쪽 움직임은 소극적이었다.

박 씨의 송환이 지지부진하자 검찰은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 대통령도 이달 1일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못 데려오는 것이냐, 안 데려오는 것이냐. 내가 캐나다 총리에게 (송환 요청) 서한이라도 보내야 하느냐”고 강도 높게 질타하기도 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 범죄정보기획관실 수사관 7명을 중앙수사부로 보내 박 씨의 신변에 대한 정보 수집과 귀국 종용을 전담하도록 지시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씨가 자진귀국을 한 것은 검찰의 압박을 못 견딘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만 진술하겠다’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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