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사퇴 대가로 2억 원을 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빚더미에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곽 교육감의 혐의가 인정돼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것이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비용 보전으로 받았던 35억2000만 원을 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2억 원을 줬다가 35억여 원을 토해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공개한 곽 교육감의 재산 총액은 15억9815만 원. 교육감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에는 재산이 ―6억8000만 원이었지만 선거비용으로 썼던 35억2000만 원을 보전 받아 재산이 다시 늘었다.
공직선거법 제265조 2항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이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보전 받은 선거비용 전액을 국고에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또 공직선거법 제232조는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하거나 후보자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이나 공직을 제공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곽 교육감이 유죄를 받으면 교육감 직을 잃는 것은 물론 35억2000만 원을 반납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법은 최근 무상급식 문제로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오세훈 전 시장이 2004년 16대 국회의원 시절 만들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쫓았듯 물러난 오 시장이 만든 법이 현직에 있는 곽 교육감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다만 공직선거법 제265조 2항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공직자가 검찰 기소 전에 사임하면 선거비용을 반환하지 않도록 하는 맹점이 있다. 예전에는 당선무효 확정판결 전에만 사퇴하면 선거비용을 반환하지 않도록 하다보니 1, 2심 판결 후 사퇴 여부를 결정하는 부작용이 있어 기소 후부터는 사퇴해도 선거비를 돌려받도록 2005년 법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소 전 사퇴하는 공직자에 대해선 선거비 반환 책임을 묻지 못하는 미비점이 있다. 때문에 29일 사퇴 거부의사를 밝힌 곽 교육감이 입장을 번복해 기소 전 사퇴할 경우 35억2000만 원을 물지 않아도 된다.
한편 전임자인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도 아내 차명계좌에 있는 4억3000만 원을 누락한 채 재산신고를 한 혐의로 2009년 10월 당선무효형인 벌금 150만 원의 확정판결을 받아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 28억8000만 원을 반환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공 전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선거비용은 돌려줄 수 없다”며 선거비용 보전액 반환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패소했지만 아직 돈을 내지 않고 있다. 공 전 교육감은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 선거비용을 반환토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으나 올 4월 패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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