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는 지난해 5월 서울교육감선거 당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곽 교육감은 박 교수를 “대승적 결단을 내려준 동지”라고 치켜세우며 긴밀한 협조를 약속했다. 박 교수도 차기 교육감선거를 다짐하며 호의적이었다. 그랬던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박 교수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측근 A 씨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곽 교육감 측이 금전과 인사면에서의 보상을 먼저 제안해놓고 취임 후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 측은 “후보직 양보를 빌미로 박 교수 측의 요구가 지나쳤다”고 반박한다.
○ “교육감 취임 후 등돌려”
A 씨는 “박 교수의 처지가 딱해서 금전 지원을 했다고 곽 교육감이 주장하는데 이는 철저히 자기만 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다급해진 곽 교육감 측이 7억여 원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 자리를 먼저 제안해놓고 취임 후 돌변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박 교수 측은 여론조사 100%로 단일화 후보를 정하자고 요구했으나 교육계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곽 교육감 측은 시민단체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단일화 방식에서 우리가 주장을 굽히지 않자 다급해진 곽 후보 측이 선거비용 7억여 원과 자문위원직을 약속하고 인사 및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포괄적인 교류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각서를 써두자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아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 교수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제안을 수용해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 측근은 “단일화를 주도한 곳은 모두 교육 관련 단체가 아니라 정치적 색깔이 짙은 단체였고 주도한 인사들은 곽 후보의 친구였다”며 “단일화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전교조,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엄청난 압박에 시달려 박 교수가 버티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 박명기 측 ‘지분’ 요구에 갈등 깊어져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고 곽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양측의 관계는 좋았으나 교육감 취임 후 시간이 지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 교수 측은 단일화 당시 요구한 약속을 이행하고 인사 지분을 달라고 요구했고 곽 교육감이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박 후보 측이 인사 때마다 본청 과장급 이상, 지역청 국장급 등 10자리 이상을 자기 사람으로 임명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통상적으로 단일화를 하면 양보한 후보가 일정 부분 ‘지분’을 요구하기는 하나 박 교수 측은 도가 지나쳤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까지는 인사와 관련한 의견을 일부 반영했지만 올해부터는 거의 들어주지 않았다고 A 씨는 주장했다.
여기에 박 교수 측 관계자가 교육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교육계 인사는 “당초 곽 교육감이 단일화 이후 끝까지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박 교수 측의 압박이 이어지자 이를 끊으려는 의도로 7억 원 중 일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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