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단일화 뒷거래’ 파장]단일화 앞장 진보단체들 사흘째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좀 더 지켜보고”… 공정택 전 교육감 비리 때와 딴판
백낙청 교수 “…” 김상근 목사 “머리와 가슴 공황상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지지했던 좌파 및 진보단체들은 이번 사안에 침묵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곽 교육감의 금품 제공 사실이 알려진 지 사흘째인 29일까지 어떤 발표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전교조 손충모 부대변인이 기자들에게 e메일을 통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과도한 정치공세나 여론몰이에 휩쓸리지 않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추후 공식적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을 뿐이다.

곽 교육감의 혐의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공정택 전 교육감 비리가 터졌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전교조는 2009년 비자금 등으로 그가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자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건 교육계 수장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을 당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교육희망네트워크도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전교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좌파 및 진보 성향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교육희망네트워크는 지난해 출범 때부터 “민주진보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옥성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이번 사태의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해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만 했다.

곽 교육감의 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장은숙 전국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검찰이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지 모르지만 일단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들 단체가 곽 교육감 취임 뒤 인사 및 정책자문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등 사실상의 ‘동지적 관계’였기 때문에 그를 쉽게 비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들 단체는 선거에서 곽 교육감을 물심양면 도왔고, 선거 이후에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다. 사건의 여파가 어떻게 미칠지 모르므로 진행과정을 예의주시하는 등 조심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의 단일화를 이끌어냈던 시민사회 원로들도 입장 표명을 꺼렸다.

당시 곽 후보 블로그를 통해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다고 하고, 공식지지 서명도 했던 함세웅 신부 측 관계자는 “신부님은 기자회견에 가지 않았다. 단일화에 직접 개입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문자로 물어달라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답을 하지 않았다. 김상근 목사만이 “머리와 가슴 속이 공황상태다.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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