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중소기업은 ‘갑을’ 관계에서 약자임을 강조하며 뭔가를 해달라는 쪽이었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들의 책임을 얘기할 때가 됐다.”(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나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달라는 것이다.”(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
29일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 시 청사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의 ‘공생발전을 위한 백두포럼’에선 동반성장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둘러싸고 학계와 중소기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앞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은 인사말에서 “동아일보의 ‘같이 가야 멀리 간다’ 시리즈가 중소기업 현장의 내용을 현실감 있게 객관적으로 다뤄 동반성장 문제를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8월 12일부터 23일까지 10회에 걸쳐 연재된 이 시리즈는 대·중소기업 관계의 현실을 짚은 뒤 모범 사례를 통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중소기업들도 이제 사회적 책임과 자기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계가 사회적,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받을 것만 얘기하지 말고 사회에 뭘 해줄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대기업이 동반성장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김문겸 중소기업 호민관(숭실대 교수)은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간 착취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사이보다 1·2차 협력업체 간, 또는 2·3차 협력업체 간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김 호민관은 “영세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대기업에 납품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내려갈수록 심해지는 착취구조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대기업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에선 대기업의 동반성장 의지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이사장은 “동반성장위원회 회의에 들어가 보면 대기업 측 위원 9명 가운데 참석 인원은 고작 1∼3명”이라며 “그나마 실권이 없는 임원들만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주요 그룹 총수들이 협력사를 직접 방문한 적이 있느냐. 이들이 현장을 와보고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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