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차 상대 민사소송 취하… 형사소송 취하도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현대家 정지이전무 결혼 앞두고 화해?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을 치르며 현대자동차그룹에 제기했던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따라 두 그룹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음 달 3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작고한 정몽헌 전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의 결혼식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조카인 정 전무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설지도 재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30일 “정지이 전무의 결혼을 나흘 앞두고 가족들의 화합과 상호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제기했던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다른 조건 없이 순수하게 가족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자금의 출처 입증을 요구하는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빼앗기자 ‘현대차가 악의적인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며 명예훼손 형사소송과 500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현대그룹을 맞고소한 상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민사소송은 우리만 제기한 것이라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었지만 형사소송은 서로 소송을 건 상태이므로 현대차그룹 측과 논의해 취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현대차그룹과 앙숙이 된 현대그룹이 전격적으로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은 집안의 경사를 준비하면서 소송에 얽힌 모습을 보이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이 딸의 결혼식을 나흘 앞두고 전격적으로 소송 취하를 결정한 것은 앞으로 화목한 집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범현대가와 현대차그룹 주변에서는 ‘현 회장이 정몽구 회장에게 조카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현 회장은 남편이 사망한 이후 그룹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과도 불편한 상황이 되는 바람에 정 전무의 결혼을 앞두고 무척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이 민사소송을 취하하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보냄에 따라 정몽구 회장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준 의원도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굳이 정 전무의 손을 잡고 입장하지 않더라도 가족석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게감을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형사소송이 아직 남아 있을 뿐 아니라 현대그룹이 채권단을 상대로 낸 양해각서 부당해지 관련 소송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측으로 넘어간 현대상선 지분(7.71%)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가족행사는 가족행사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것이 정 씨 일가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결혼식 참석이 비즈니스 관계 해빙 무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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