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수온관측기 ‘아르고 플로트’ 울릉도 앞바다 7년간 측정 분석
태양열 4, 5개월 지나야 심해로
깊은 바다도 계절에 따라 온도가 달라질까. 큰 수온 변화가 없을 것 같지만 조사해보면 수심 200m 지점에서까지도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가 뚜렷하게 측정됐다. 특이한 것은 지표면 온도와 반대로 깊은 바다의 수온은 11월이 가장 높았고 한여름인 7월에 가장 낮았다는 것이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는 무인 관측기기인 ‘아르고(ARGO) 플로트’를 사용해 2004∼2010년까지 7년 동안 동해안 울릉도 앞바다 해수면부터 수심 800m 지점의 평균온도를 측정했다. 30일 연구소에 따르면 동해안 수심 15m 지점의 평균 온도는 지표면과 비슷한 변화 양상을 보였다. 월별로는 3월이 10.7도로 가장 낮았고 9월이 22.8도로 가장 높았다. 한겨울과 한여름이 약 2개월 늦게 반영되는 수준이다.
반면 수심 200m 지점 온도는 육지가 여름인 7월이 3.1도로 가장 낮았다.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이 5.5도로 가장 높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수면에 흡수된 태양의 열에너지가 물 속에서 수심 200m 지점까지 전달하는 데 4, 5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며 “해류를 통한 열에너지 전달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수심 400m 이상의 심해는 수온이 0.7∼0.8도로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
연구소가 바닷속 온도를 깊이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은 ARGO 플로트 덕분이다. 길이 180cm에 무게 26kg인 ARGO 플로트는 바다에 떨어져 목표 깊이까지 잠수한 후 1초에 10cm씩 상승하며 수온과 염분을 잰다. 국내에는 2001년 도입돼 동해에 55기, 북서태평양에 83기 등 총 138기가 투하됐다. 한 번 투하되면 3∼5년 정도 떠오르고 가라앉는 과정을 반복하며 해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연구소는 앞으로 해당 정보를 동해안 온난화 현상을 분석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최근 남해안과 동해안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해파리 서식대가 넓어지고 적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온난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류상범 국립기상연구소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장은 “ARGO 플로트를 사용한 해저 온도 자료가 20년 이상 쌓이면 동해안 온난화 정도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해가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에 매우 빠르게 반응하는 만큼 꾸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해저 수온과 염분 관측 자료는 동해안 조업활동을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argo.metri.re.kr)에서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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