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30일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59·구속 기소)에게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17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로비스트 박태규 씨(71·사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씨는 김 부회장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억5000만 원과 3억5000만 원 등 모두 5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박 씨가 이후에도 수차례 로비자금 명목으로 모두 12억 원을 전달받은 뒤 김 부회장에게 2억 원을 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박 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1000억 원의 자금을 끌어들여 유상증자를 성공시킨 것에는 관여한 사실이 없다. 김 부회장을 만난 것은 유상증자가 성사된 이후였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박 씨가 김 부회장에게서 돈을 어디서 어떻게 전달받았는지를 추궁하는 데 주력했지만 박 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본격적인 로비자금 사용처 추적에 나설 계획이다. 검찰은 그동안 통화 기록을 분석해 박 씨가 자주 통화한 정치인과 고위공무원 10여 명을 추려냈다. 또 박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로비자금이 이들에게 실제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박 씨는 약 5개월간에 걸친 캐나다 도피생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한 지인은 “박 씨가 나이가 많은 데다 스트레스로 이가 여러 개 빠지는 등 어려운 상황을 견디지 못해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올 4월 초 캐나다로 도피했다가 28일 자진 귀국했다. 박 씨의 영장실질심사는 31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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