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태규 씨 로비대상 10여명 압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박 씨 집 압수수색… 영장청구
통화기록 분석후 자금 추적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30일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59·구속 기소)에게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17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로비스트 박태규 씨(71·사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씨는 김 부회장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억5000만 원과 3억5000만 원 등 모두 5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박 씨가 이후에도 수차례 로비자금 명목으로 모두 12억 원을 전달받은 뒤 김 부회장에게 2억 원을 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박 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1000억 원의 자금을 끌어들여 유상증자를 성공시킨 것에는 관여한 사실이 없다. 김 부회장을 만난 것은 유상증자가 성사된 이후였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박 씨가 김 부회장에게서 돈을 어디서 어떻게 전달받았는지를 추궁하는 데 주력했지만 박 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본격적인 로비자금 사용처 추적에 나설 계획이다. 검찰은 그동안 통화 기록을 분석해 박 씨가 자주 통화한 정치인과 고위공무원 10여 명을 추려냈다. 또 박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로비자금이 이들에게 실제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박 씨는 약 5개월간에 걸친 캐나다 도피생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한 지인은 “박 씨가 나이가 많은 데다 스트레스로 이가 여러 개 빠지는 등 어려운 상황을 견디지 못해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올 4월 초 캐나다로 도피했다가 28일 자진 귀국했다. 박 씨의 영장실질심사는 31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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