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부지에 경찰력 전격 투입…주민 강제연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일 05시 53분


경찰 600여명 투입, 농성장 봉쇄..3명 체포ㆍ35명 연행

해군기지 건설 부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2일 새벽 공권력이 전격 투입돼 기지 건설 공사가 재개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5시 경 강정마을에 경찰관기동대와 여경 부대 등 경찰 병력 600여명을 동원, 중덕삼거리 농성현장을 에워싸 봉쇄했다.

해군은 경찰이 보호막을 친 가운데 굴착기 2대를 공사장으로 들여보내 오전 6시부터 9시30분까지 중덕사거리와 강정포구 주변에 총연장 200여m의 울타리 설치를 완료했다. 공사장 주변 1.6㎞에는 이미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이 과정에서 반대측 100여명이 강하게 반발, 굴착기 앞을 막아서고 스크럼을 짜 경찰과 대치하는 등 시위를 벌였다.

천주교 전주교구 손영홍 신부는 굴착기에 올라 공사 진행을 막다 경찰에 끌려 내려왔고,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등은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중덕삼거리에 있는 망루에 올라 공권력 행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6명은 이날 오전 현장에 와 상황을 지켜봤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공사 진행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강서 신부 등 35명(남성 30명, 여성 5명)을 현장에서 연행했다.

또 핵심 활동가인 고유기 제주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과 주민 등 3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혐의로 마을회관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을 각 경찰서로 분산, 조사하고 있으며, 검찰과 협의해 신병 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강정마을회 조경철 부회장은 "경찰의 진입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고 연행자가 속출했는데 이런 식의 연행은 불법"이라며 "울타리를 치고자 왔다면 이제 끝난 만큼 철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내일 예정된 문화제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아름답게 행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마을회관에서 전체도의원 간담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도 현장을 찾아 경찰력 투입을 규탄하고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에 앞서 1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 온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국장 김종일(52)씨 등 3명을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하는 등 반대 시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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