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 “늘 요즘 날씨 같았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일 16시 02분


한때 폭우.저온으로 근심...최근 폭염.고온에 안도
평년작 가능할 듯...향후 20여일 날씨가 농사 좌우

잦은 비, 저온, 일조량 부족이 겹쳐 한동안 저조했던 벼 생육이 최근의 폭염과 일조량 증가로 크게 호전돼 농부들의 얼굴 주름살이 펴지고 있다. 농정당국은 앞으로 20여일이 작황에 결정적이라며 그 사이에 맑고 무더운 날이 요즘처럼 이어지면 평년 수준의 벼 수확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제시ㆍ정읍시 농업기술센터가 지난 1일 관내 벼 생육현황을 조사한 결과 8월 중순까지 부진했던 벼 작황이 최근들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제의 경우 포기당 벼 이삭이 평균 17~18개, 작황의 지표인 이삭당 낟알도 77~78개로 적정해 평년 수준으로 조사됐다. 정읍은 이보다 약간 밑도는 수준이나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수해 지역의 벼는 이삭수와 낟알수가 평년보다 20% 가량 부족했다.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 등으로 8월 중순까지 생육이 크게 부진해 이삭이 열흘 넘게 늦게 패고 수정이 안 돼 알맹이 없는 '쭉정이'가 예년보다 곱절 이상 발견돼 자칫 '최악의 흉작'까지 예상됐던 것에 견주면 상황이 크게 반전된 것이다.

김제시 진봉면 김상준(76)씨는 "광복절(8월15일) 무렵만 해도 들판에서는 병충해 방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올해는 농사를 망칠 것만 같았다"면서 "최근 며칠동안 살펴보니 다행히 벼가 튼실해지고 이삭과 알곡도 제법 많아졌다"며 다행스러워했다.

정읍시 생명농업계 김성효 계장은 "최근 며칠 동안 벼 이삭이 급격히 커지고 알차졌다. 이삭 패는 출수기 전까지 일조량이 30~40% 모자랐지만, 늦더위와 맑은 날이 최근 이어지면서 출수가 빠르게 이뤄졌고 광합성 작용도 활발해져 벼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안도했다.

농정당국은 작황이 호전된 이유로 출수기 직후인 8월 25일부터 30도를 넘는 무더위와 맑은 날씨가 지속된 점을 꼽았다. 일조량이 풍부해지고 온도도 높아져 벼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제시 식량작물계 박영기 주문관은 "초기 생육은 좋지 않았지만, 생육에 가장 중요한 출수기 이후 등숙기(벼가 영그는 시기)를 거치며 기상상황이 호전됐다"며 "농민들이 정성을 쏟고 병충해 방제도 효과적으로 잘해 생육이 더욱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올해 벼 작황은 앞으로 20일 동안의 날씨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성효 계장은 "강한 햇볕이 내려쬐면서 낮 최고기온이 30도, 밤 기온이 15도 내외로 일교차가 커야 알곡이 잘 여물고 영양분을 많이 머금는다"며 "요즘 같은 날씨만 20일 넘게 이어지면 평년 수준의 작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읍시 영원면 이준성(64)씨는 "농사꾼들은 애초 우려했던 흉년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농사는 하느님이 주시는 9월 날씨를 좌우된다'는 말이 있듯 이번 한 달이 풍년이냐 흉년이냐를 좌우한다"며 맑고 파란 가을하늘이 매일같이 활짝 열리기를 기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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