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곽노현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서 회계책임자로 활동했던 이모 씨가 박명기 후보(서울교대 교수) 측과 돈 문제에 대한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2일 밝혔다.
선대본부 관계자들이 1일 기자회견에서 “대가성 합의는 없었으며 박 후보 측의 선거대책본부장인 양모 씨가 동서지간인 이 씨와 사적인 대화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이 씨는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회계책임자라서 박 후보가 사퇴하는 조건으로 지원을 약속했다면 곽 교육감이 그 사실을 몰랐어도 당선이 무효화된다.
그는 곽 교육감 측의 후보 매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인물이지만 검찰 조사가 시작된 뒤 연락이 닿지 않았었다.
이 씨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5월 18일 공식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뒤 (박 교수를) 돕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금액을 약속한 거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현재 언론보도가 진실의 99% 수준까지 이른 것 같다. 나머지 1%는 검찰에 가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합의 사실을 곽 교육감에게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곽 교육감은 지난해 10월 박 교수가 약속을 이행하라며 거칠게 나온 뒤에야 내가 (양 씨와) 약속한 것을 알았다. 거의 기겁했다. 굉장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선대본부 관계자들도 1일 기자회견에서 “공식 협상은 박 교수가 돈을 요구해 18일 밤 결렬됐다. 이 씨와 양 씨가 사적 대화를 한 걸로 박 교수는 협의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실은 우리도, 곽 교육감도 지난해 10월까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교수의 동생 박정기 씨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씨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7억 원 보전 약속이 실무자 간 합의사항인 건 맞지만 곽 교육감과 박 교수 모두 전달받아 (19일 단일화 발표 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곽 교육감의 측근인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로부터 돈을 받아 박 교수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박 씨는 “거액이 오가는 중요한 합의를 해당 후보 모르게 하는 게 가능한 일이겠느냐”며 “곽 교육감이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단일화가 시급한 상황이어서 실무자 간 물밑협상이 꾸준히 진행됐고, 결과가 양측에 다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곽 교육감을 보며 박 교수가 억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곽 교육감 측이 “양측의 협상을 이 씨와 양 씨의 사적 대화로 돌리고, 곽 교육감은 몰랐다고 해서 혐의를 벗어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선대본부는 이 씨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데도 “연락해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곽 후보 측의 협상대리인이었던 김성오 씨는 “공식 협상이 끝난 뒤에 나눈 사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씨가 이면합의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곽 교육감이나 선대본부 관계자들이 당혹스럽게 됐다.
검찰은 곽 교육감을 소환 조사하면서 이면합의 내용을 바로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곽 교육감에 이어 이 씨와 양 씨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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