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명지중 3학년 박상준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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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공부로 이기겠다” 승부욕 불태우며 TV 끄고 책상 앞으로…

《서울 명지중학교 3학년 박상준 군(15)은 요즘도 가끔 중1 때의 성적표를 들여다본다.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는 데는 그만이다. 입학 후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433명 중 130등이었던 박 군의 당시 성적표에는 70점대가 수두룩했다. 초등생 때 반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똘똘하다’는 칭찬을 듣던 때와는 달랐다. 당시 박 군은 난생 처음 받아본 점수에 충격을 받았다. 결정적인 건 친구가 대화 중 무심코 건넨 한마디였다. “넌 나보다 공부 못하잖아.” 그때부터 박 군의 마음속에는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이 끓어올랐다. “처음엔 저에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위안했어요. 저희 형도 중학교 입학하고 치른 첫 시험에서 성적이 떨어졌거든요.이후 나름대로 공부한다고 했는데 기말고사에서 성적은 더 떨어졌습니다. 처음으로 공부가 어렵다고 느꼈죠. 그제야 제 점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박 군)》
○친구의 한 마디, 충격요법 ‘톡톡’

중학교 입학 이후 떨어진 성적을 1년 만에 대폭 향상시킨 서울 명지중 3학년 박상준 군.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매일 공부하고 수업 내용을 당일 복습하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
중학교 입학 이후 떨어진 성적을 1년 만에 대폭 향상시킨 서울 명지중 3학년 박상준 군.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매일 공부하고 수업 내용을 당일 복습하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
수업시간에만 집중해도 어느 정도 성적이 나왔던 초등학교 때와 달리 중학교 때는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깨달은 박 군. 방과 후 한두 시간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TV를 보던 학습태도부터 점검했다.

우선 TV를 끊었다. 그 대신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을 늘렸다.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계획을 짜고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기술가정, 도덕 과목의 수업을 들은 날엔 배운 것을 당일에 복습하려고 노력했다.

노력에 대한 결과는 다음 학기에 바로 드러났다. 1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100등 안에 들었던 것. 만족할 수 없었다. 2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 때 자발적으로 학교 자율학습에 참여했다. 주변에는 공부에 대한 의지가 샘솟는 친구들뿐이었다. 그중에서도 두 친구가 박 군의 눈에 들어왔다. 박 군이 목표로 하는 평균 90점대 성적을 유지하는 친구들이었다.

“한번은 그 친구들이 제게 무심코 성적을 비교하는 말을 던졌어요. 살짝 충격을 받았지요. 그때 ‘단 한번이라도 저 친구들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2학년 때 그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된 거예요. 마음속으로 저만의 목표를 세웠죠.”(박 군)

박 군의 성적이 대폭 향상된 건 이때다. 굳은 의지로 겨울방학을 보낸 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박 군은 반에서 4등을 했다. 친구들은 몰라보게 성적이 향상된 박 군에게 “커닝했냐?”면서 농담을 던졌다. 박 군 스스로도 ‘우연히 잘 나온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기말고사 때는 평균점수가 더 올라 94점을 기록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냉철한 분석과 전략적 접근으로 ‘상위권 제패’

박 군은 ‘D-4주 전략’으로 내신을 관리한다. 시험 4주 전부터 내신대비에 들어간다. 주말에 보던 예능프로그램도 끊고 미리 짜둔 계획에 따라 과목공부를 하나씩 끝낸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별로 사흘씩 투자해 공부한 뒤 다음 과목으로 넘어간다. 시험 보기 하루 전엔 해당과목을 살펴본다.

“친구들은 ‘그렇게 공부하면 미리 공부한 내용이 기억에서 안 지워지냐?’고 물어봐요. 많은 과목을 조금씩이라도 다루려다 보니 흐름이 끊기고 집중하기 어려워서 시작한 방법이에요. 한 과목을 꼼꼼히 공부하면 시험 전날 다시 볼 때 몇 주 전에 봤던 내용이라도 다 떠오르더라고요.”(박 군)

박 군이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요즘도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이 있으면 좌절하기보다는 그 과목에 맞는 공부전략을 세운다. 유독 성적이 안 오르는 과목을 보면 주위에선 학원을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도 사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박 군은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학교공부에만 충실하려 한다.

박 군은 2학년 여름방학부터 최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학교 영재반에서 심화학습을 하고 있다. 1학년 때만 해도 자격요건에 미치지 못해 영재반에 들어갈 수 없었다. 박 군은 “‘조금 더 노력해서 전교 50등 안에 들어보자’며 이끌어주셨던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수학과 과학을 특히 좋아해요. 영재반에서 심화내용을 배우면서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나중에 수학이나 과학교사가 되는 꿈을 꿔요. 꿈을 이루면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잠재력 있는 친구들을 이끌어주고 싶습니다.”(박 군)

박주선 기자 j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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