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서남북]골 깊어진 강정마을, 정부의 ‘통큰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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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임재영 기자
임재영 기자
해군기지 공사현장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한바탕 거대한 회오리가 휩쓸고 지나갔다. 무기력한 경찰 대응에 이은 정부의 강경 태도 선회, 농성현장 공권력 투입, 반대단체 핵심인사 검거 등 최근 10여 일은 그야말로 숨 가쁘게 진행됐다. 공권력 투입으로 반대 측 활동이 한풀 꺾였지만 강정마을은 여전히 ‘화약고’처럼 불안하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던 중덕삼거리에서는 여전히 20∼30명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강정마을은 겉으로 평온을 되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시커멓게 멍들었다. 해군기지 찬반을 놓고 견해를 달리하는 형제자매 친척들이 갈래갈래 찢어졌다. 공권력 투입으로 공사는 재개됐지만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에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외부에서 온 반대세력은 강정마을 주민들을 서로 적대적 감정으로 몰아넣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강정마을회는 단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기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적도 있다. 하지만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이들이 장기 거주하면서 주민들을 선동했다는 것이 유치 찬성 주민들의 시각이다. 결국 ‘해군기지 백지화’라는 강경카드가 나왔다. 협상과 대화는 사라졌다.

찬반을 떠나 제주도민들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눈길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가 갈등을 키우는 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제주를 찾은 정부 인사마다 지원을 약속했지만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걱정이 더욱 크다. 중립 성향의 주민들도 생활터전이자 추억이 담긴 해안이 사라지는 것을 감내해야 하고 기지가 들어선 이후 마을공동체 해체도 우려하고 있다. 외부세력이 떠난 뒤에도 강정마을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이다.

이 때문에 상처받은 주민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국토연구원과 제주발전연구원은 12월 초 강정마을을 생태, 친환경, 해양레저 시설과 문화 복지혜택이 넘치는 지역으로 만드는 발전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부의 ‘통 큰 포용과 지원’이 절실한 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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