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검찰 출두]檢 “郭-朴이 뒷거래 당사자”… 郭, 모든 혐의 전면 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 검찰-郭측 ‘팽팽한 공방’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5일 오전 11시 검찰에 출두하기 전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구속 수감 중)에게 선의로 돈을 줬다”며 후보 단일화에 따른 대가임을 강력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곽 교육감의 주장에서 모순과 거짓을 밝혀낼 물증과 관련 진술을 광범위하게 확보해 놓고 곽 교육감을 기다려 왔다. 검찰 소환까지 곽 교육감 측은 계속 말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돈으로 민의를 왜곡한 사건”이라는 검찰의 판단은 바뀐 적이 없었다.

○ “후보 단일화 당사자는 곽 교육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보는 이번 사건의 성격은 ‘곽 교육감이 상대 후보였던 박 교수의 후보 사퇴를 종용하고 대가 지급을 약속한 사건’이다. 수사팀은 특히 “지난해 5월 19일 오후 5시 발표된 진보진영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의 당사자가 곽 교육감과 박 교수”라는 점을 강조한다. 곽 교육감의 직접 합의가 없었다면 박 교수가 사퇴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수사팀 밖 검찰 관계자들조차 “절박했던 박 교수로서는 곽 교육감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합의를 근거로 조건 없는 사퇴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수사팀은 박 교수에게서도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기로 곽 교육감과 합의했고 곽 교육감이 이면합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의 동생 정기 씨도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액이 오가는 중요한 합의를 해당 후보 모르게 하는 게 가능한 일이겠느냐”며 “실무자 간 물밑 협상이 꾸준히 진행됐고, 결과가 양측에 다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곽 교육감을 보며 형님(박 교수)이 억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곽 교육감의 오랜 친구로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전달한 강경선 교수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교수에게 돈 준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으로서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박 교수 측의 대가성 진술, 측근인 강 교수의 불리한 진술에다 “사퇴 말고 무조건 버티라”는 진보진영의 압박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인 셈이다.

○ 이면합의는 뒤늦게 알았어도 범죄

지난해 5월 19일 단일화 타결 직전 곽 교육감의 상임선대본부장이던 최갑수 서울대 교수와 회계책임자 이모 씨는 박 교수 측 선대본부장이던 양모 씨와 만나 협상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최 교수와 이 씨 중 적어도 한 사람은 곽 교육감에게 즉시 이면합의 사실을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당시 시민사회 원로 자격으로 단일화를 중재했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은 단일화 시도가 진행되던 당시에 이미 돈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다.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과 내가 단일화 과정에 뒤늦게 개입한 것도 자칫하면 큰일 나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 씨 등의 주장대로 곽 교육감이 이면합의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몰랐고 지난해 10월 처음 알았다 해도 형사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232조를 “사퇴한 후보가 뒤늦게 나타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당선된 후보에게서 돈을 받아간 경우에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씨 말처럼 곽 교육감이 지난해 10월에야 이면합의 사실을 알았다 해도 올 2월 박 교수에게 문제의 2억 원을 건넸다면 그 순간 대가 관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씨 등이 곽 교육감 몰래 박 교수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모양새도 될 수 있다. 후보자 매수죄를 보면 후보자 매수를 지시·권유·요구·알선한 사람도 처벌받는다. 이 씨가 이 조항에 따라 처벌받으면 곽 교육감의 지위도 흔들린다. 물론 검찰은 곽 교육감의 혐의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사에 집중하며 이 씨 역시 공범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씨에게 별도로 후보자 매수 지시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공소시효 등을 검토하고 있다.

○ 거듭된 말 바꾸기

곽 교육감 측은 지난달 26일 수사 공개 이후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처음 곽 교육감은 “후보 사퇴 대가로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선 “선의로 준 돈”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그러다 최근 곽 교육감의 회계책임자였던 이 씨가 “후보 사퇴 대가에 대한 이면합의가 있었다”며 대가성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말 바꾸기의 결론은 “곽 교육감은 이면합의의 존재를 몰랐다”는 주장이다. 1일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은 “박 교수가 먼저 무리하게 10억 원을 요구해 협상이 깨졌다”며 박 교수 탓을 해 박 교수 측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러나 검찰은 변화무쌍한 곽 교육감 측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박 교수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박 교수 역시 인생을 걸고 선거에 출마해 필사적이었고 무리하게 돈까지 빌려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곽 교육감의 잦은 말 바꾸기는 오히려 곽 교육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불가피한 구속영장 청구

검찰 안에는 “돈을 받은 박 교수는 구속했는데 돈을 준 곽 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후보자 매수죄는 대가를 조건으로 후보직 사퇴를 종용한 쪽과 대가를 받기로 하고 후보직을 사퇴한 사람을 모두 같은 범죄의 공범으로 본다. 돈을 받은 사람과 준 사람에 대한 법적 판단이 간혹 달라지는 뇌물 범죄와는 성격이 다르다. 검찰 관계자는 “후보직 매수를 먼저 제안한 쪽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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