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검찰 출두]지지-반대자 엉켜 ‘아수라장’… 郭, 대가성 질문에 ‘묵묵부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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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고함 난장판 된 현장

“곽노현 교육감을 신뢰합니다! 응원합니다!”

“무상급식 하자더니 돈방석에 앉았나!”

5일 오전 11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탄 검은색 에쿠스 차량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 들어서자마자 순식간에 청사 현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곽 교육감의 지지자 30여 명은 출석 1시간여 전부터 플래카드를 들고 “검찰은 반성하라” “떳떳하지 않은 돈을 왜 계좌로 보냈겠느냐”며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곽 교육감의 차로 반대자 10여 명이 달려들며 사퇴를 요구하자 지지자들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9시부터 검찰청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과 지지자, 반대자 수십 명이 동시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뒤엉켜 검찰청 현관은 난장판이 됐다.

○ 이면 합의 등 질문에 ‘묵묵부답’

감색 양복에 푸른 넥타이 차림의 곽 교육감은 간신히 차에서 내렸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도착 전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검찰 수사관 8명에게 둘러싸여 곽 교육감은 인파를 뚫고 겨우 포토라인에 섰다. 그러나 ‘2억 원의 대가성을 인정하느냐’ ‘이면합의가 있었던 사실을 알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곽 교육감은 대기하고 있던 직원의 안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9층 조사실로 향했다. 청사 안으로 곽 교육감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서로 욕설을 퍼부으며 30여 분간 충돌을 빚었다.

곽 교육감이 도착하기 전인 오전 10시 45분경 곽 교육감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진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곽 교육감의 변호사로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고 진실은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거나 수사 자료를 흘려주고 여론재판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 “전(全) 인격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검찰에 출두하기 전까지만 해도 당당한 표정이었다. 그는 오전 10시 12분경 “저의 선의가 범죄로 곡해되는 것에 대해서는 저의 전 인격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며 “많은 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하면서 다시 한 번 2억 원이 ‘선의’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곽 교육감은 28일 기자회견에서도 “박명기 교수에게 선의로 2억 원을 줬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날 검찰이 통보한 출두 시간(오전 10시)보다 1시간 늦춰 달라고 요청한 뒤 매주 월요일 오전 9시에 열리는 실국장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주요 업무를 점검하고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시교육청 정문의 담장과 나무에는 노란색 리본과 풍선이 매달렸다. ‘곽노현과 함께하는 사람들’ 명의로 달린 풍선에는 ‘선의를 믿습니다’ ‘바보 곽노현, 사랑합니다’ ‘꽃으로도 교육감님을 때리지 말라’라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 뒤숭숭한 교육계

교육감 선거 후보단일화 뒷돈거래 의혹이 결국 곽 교육감의 검찰 소환까지 이어지자 교육계는 향후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오전 수장이 검찰청으로 향한 교육청 내부는 곽 교육감이 구속될지 등을 두고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처음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곽 교육감이 검찰에 소환되는 걸 보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택 전 교육감 때처럼 공백이 길어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고 곽 교육감도 수사에 성실히 임해서 진실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곽 교육감이 ‘국민과 교육계가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여론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전날 대의원대회 후 내놓은 특별 결의문을 통해 “곽 교육감에 대한 인간적 신뢰와 정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곽 교육감과 진보진영에 대한 무차별적인 의혹제기와 비방, 사퇴압력 등 모든 음모에 반대한다”며 “구속과 주변인에 대한 무차별 압수수색 등 강압수사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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