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읽고, 생각하고… ‘배려적 사고력’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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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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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못 보는 사람이 깜깜한 밤길에 왜 등불을 들었을까…
“배려하는 마음-헤아리는 자세 생각해봐요”

앞을 못 보는 사람이 깜깜한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위태롭게 길을 걸어갑니다. 맞은편에서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잘 아는 이야기인가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나요? 알다시피 배려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현대인은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필요한 자세가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배려는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덕목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과정을 ‘배려적 사고력’이라고 합니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때는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도 필요합니다. 오늘은 이런 배려적 사고력에 관해 알아보기로 해요.

1. 남을 배려하는 사람 찾기

“최 교수는 2009년 2월 김 추기경 선종 1주일 전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옆에 있던 수녀가 ‘추기경이 늦잠을 주무셔서 아침 미사를 빼먹었다’고 말하자, 추기경은 최 교수의 귀에 대고 ‘밖에 나가선 말하지 마’라고 말했고 방 안에 폭소가 터졌다…지난해 3월 법정 스님 입적 5일 전 최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스님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는지 ‘며칠 후 퇴원할 것’이라며 ‘강원도 산골 집에 가서 눈 구경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8월 31일자 A25면 기사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병마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유머를 잃지 않았던 모습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법정 스님이 전국의 성당에 성모상을 세웠던 최종태 교수에게 관음상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종교의 벽을 허물려는 배려의 마음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지요.

누군가를 배려하는 자세는 이처럼 상대방을 따뜻하게 대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마음만 먹는다고 되지 않습니다. 실천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약자에게 진심으로 자리를 양보한 적이 있나요?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배려하는 마음이 돋보이는 사람을 신문에서 찾아보고, 어떤 점이 감동을 주었는지 정리해보세요.

2. 직분에 충실한 사람 찾기

경쟁이나 승리에만 매달리면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기 쉽습니다. 배려적 사고는 예절 바른 생활, 규칙을 지키는 생활, 법을 준수하는 생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생활 속에서 가능합니다. 여러분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부모님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배려인 셈이죠.

“폭우로 급류에 휩쓸리면서도 우편물을 동료에게 전달하고 순직한 차선우 집배원(29·사진)에게 훈장이 추서됐다… 3년 7개월 동안 집배원으로 일한 차 씨는 1907년 국내 기상관측이 시작된 지 104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7월 27일 오후 1시경 경기 용인시 포곡읍 금어리에서 동료 집배원과 우편물을 배달하다가 순직했다. 그는 급박한 순간에도 동료에게 우편물 8통을 먼저 전달한 뒤 급류에 휩쓸렸다.”

동아일보 9월 3일자 A26면 기사입니다. 폭우로 순직한 차선우 집배원에게 훈장을 추서했다는 내용입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우편물 배달을 생각하는 마음은 배려적 사고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자기 직분에 충실한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 글을 써보세요.
동아일보 9월 1일자 A8면.
동아일보 9월 1일자 A8면.

3.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 찾기

사람이나 사물을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 사랑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스승이 제자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사랑입니다. 사랑은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이기에 배려하는 마음과 같습니다.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배려가 있을 수 없습니다.

“비행기가 뜨기 전 승무원이 아버지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정상적인 비행 중 사고에 대해서는 보호자가 책임을 진다는 서약서였다…다른 불치병 환자 가족처럼 아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더 소중했는지 아버지는 주저 없이 서류에 사인했다… 아버지 어깨에 팔을 기댄 현민 씨는 신기한 듯 바다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동아일보 9월 1일자 A8면 기사입니다. 불치의 근육병에 걸린 형제와 그들을 홀로 키운 아버지에 관한 내러티브 리포트입니다. 온몸의 근육이 굳어져 폐 근육까지 마비되는 자녀를 대하는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는 기사입니다.

“사방이 뚫린 곳에서 바다 냄새를 맡고 싶다”는 아들의 마음을 헤아린 아버지의 사랑에 눈물이 핑 돕니다. 더불어 바다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도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사랑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배려하는 마음이 모여 두 형제에게 큰 선물을 주었어요.

인간 사회를 큰 기계라고 생각할 때, 배려하는 마음은 기계를 잘 돌게 하는 윤활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기계가 삐걱거리겠지요.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도록 모두가 노력하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에는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배려의 대상이 진심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헤아리는 자세입니다.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이 내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만 보여주면 곤란합니다. 배려는 남을 무조건 동정하고 안쓰럽게 생각하는 태도와는 다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와 비슷합니다. 신문에서 배려가 필요한 사람을 찾아 스크랩하고 이유를 정리해 보세요.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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