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억을 쌀자루에 담아 장롱위에… 어떻게 대낮에 감쪽같이 털렸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대기업 전 회장 동생집서 도난… 집내부 잘알고 훔쳤을 가능성
CCTV화질나빠 용의자 못찾아

단독 주택에 있던 현금 4억 원이 감쪽같이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8일 경북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낮 12시 반∼오후 6시 10분 포항시 남구 해도동 박모 씨(68) 집에 있던 5만 원권 8000장이 사라졌다. 또 집 안에 있던 반지와 목걸이 등 귀금속 2500여만 원어치도 없어졌다.

경찰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현관문과 뒷문이 부서져 있었다. 또 집 안에 있던 철제 금고를 누군가 공구로 열려고 했던 흔적도 확인했다. 현금 4억 원은 쌀 마대에 담겨 안방 장롱 위에 있었다. 도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박 씨 가족들은 모두 집을 비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자 주변을 중심으로 용의자를 찾고 있다. 금고와 현금이 다른 방에 있었다는 점과 일반인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장롱 위 마대에서 돈을 꺼내간 점을 감안할 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씨 집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사건 발생일 오후 20대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주변을 서성이는 장면을 확인했다. 하지만 화질이 나빠 신원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사건 발생 1주일이 넘도록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 화면 복원 작업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며 “단순 절도에 의해 벌어진 사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최모 씨(37·여·포항시 북구 용흥동)는 “무슨 생각으로 그 많은 현금을 집에다 보관했는지, 왜 금고를 두고 자루에 담아서 허술하게 관리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대기업 전직 회장의 동생으로 포항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 사업 특성상 현금 사용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은행 거래는 하지 않고 노후 자금으로 쓰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수입이 있을 때마다 모아둔 돈”이라고 진술했다. 사건 담당 형사는 “사건이 발생한 집은 천장에서 비가 샐 정도로 낡았다”며 “주인은 큰돈이 털렸음에도 불구하고 ‘집터가 좋아 돈을 벌었다’는 이유로 이사 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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