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에서 앞으로 받게 될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가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향후 수령할 퇴직연금은 남은 생명을 확정할 수 없으므로 바로 분할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것으로 향후 상급심 판결이 주목된다.
○ 이혼하면 퇴직연금도 나눠야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한숙희)는 이모 씨(54)가 남편 박모 씨(57)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양측은 이혼한다. 남편 박 씨는 숨지는 전날까지 매달 지급받을 공무원 퇴직연금액의 40%를 매월 말일에 이 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대법원은 향후 수령할 퇴직연금은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해 왔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대법관 재직시절인 1997년 3월 14일 “향후 수령할 퇴직연금은 남은 수명을 확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바로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다만 재산 분할 액수와 방법을 정할 때 이런 사정을 참작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남편 박 씨 측도 이 판결을 근거로 “향후 수령할 공무원연금은 피고의 여명을 확정할 수 없어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에는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연금 형태로 받았을 경우에 이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같은 성격의 재산인데도 수령자 선택에 따라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거나 되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히 수령 금액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 황혼 이혼 증가에 실질적 공평 추구
이번 판결은 이혼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재산분할 문제에 대해 실질적 공평을 추구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황혼 이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노년 퇴직자 부부들이 이번 판결을 원용해 이혼 재판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그동안 가정법원 판사들은 기존 대법원 판결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재산분할에 공평을 기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되 분할 대상 재산으로 인정된 부분에서 분할 액수와 비율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앞서 ‘법정관리인 선정 비리’에 연루돼 징계처분을 받은 선재성 판사의 경우 2005년 4월 광주지법 가사부 재직 당시 이와 유사한 소송에서 남편이 퇴직연금을 한꺼번에 받는 것으로 가정한 뒤 재산분할액을 정해 주목받은 바 있다. 대법원 판결과 충돌은 피하되 실질적 공평을 기하자는 취지로 풀이됐다. 서울가정법원 박성만 공보판사는 “향후 수령 퇴직연금을 분할대상으로 직접적으로 명시한 의미가 있다”며 “재산분할에 실질적 공평을 기하자는 방향으로 판례가 성립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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