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자율 인정않고 고압적 감사 벌여 학사운영 차질”… 주요 대학들 집단반발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감사일정 늘어나 불만 고조
위헌소송 등 법적대응도 검토

감사원의 고강도 등록금 감사가 2학기에도 이어지면서 일부 대학이 위헌 소송을 포함한 공동 대응을 검토하는 등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반강제적으로 등록금 인하까지 요구하면서 대학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9일 교과부에 따르면 서울 주요 사립대 총장들은 전날 설동근 1차관과의 오찬 자리에서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 및 등록금 정책에 대한 불만을 전달했다. 당초 이날 자리는 설 차관이 본격적인 대입 전형을 앞두고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마련했으나 총장들의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고려대 김병철 총장, 연세대 김한중 총장과 이화여대 김선욱 총장, 성균관대 김준영 총장, 한동대 김영길 총장(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참석했다.

총장들은 “당초 8월 말까지 끝낸다던 감사가 2학기 개강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전 직원이 휴가도 못 가고 감사에만 매달리고 있다. 해도 너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당정이 발표한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 재정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건지, 대학 대응투자분이 얼마나 돼야 하는 건지 모호하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실제로 대학 현장은 ‘폭발’ 직전이다. 8월 말로 감사를 끝내겠다던 감사원은 자료가 방대하고 대학이 비협조적이라며 고려대와 연세대 등 24개 대학의 감사기간을 이달 20일경까지로 연장했다.

등록금 감사를 받고 있는 A대 기획처장은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 수준으로 뒤지고 학교의 공문서를 함부로 빼앗아 가는 등 고압적인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사립대를 이렇게까지 조사할 권한이 감사원에 있는지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B대 관계자는 “감사원이 농업 실습장에 심은 작물이 뭔지, 나무를 몇 그루 심었는지까지 직접 가서 확인하는가 하면 리모델링한 건물 설계도까지 내놓으라고 했다”며 “큰 문제가 나오지 않으니까 이제 직원 비리를 캐는 수준으로 뒤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감사가 끝난 후 위헌소송 등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확률도 없지 않다. 연세대 김한중 총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등록금 인하를 대학에 맡겨두지 않고 정부가 감사부터 하는 것은 문제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그러나 감사를 수용한 이상 끝까지 충실히 받을 것이며 법적 조치를 포함한 공동 대응 여부는 그 후에 생각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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