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産은 8%뿐인 ‘금산인삼’… 제주서 잡혀온 ‘영광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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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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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특산물 원산지-출생지 바꾸기 ‘불편한 진실’

《 ‘영광굴비의 원산지는 전남 영광? 그렇다면 영덕대게의 주산지는?’ 영광굴비, 영덕대게, 금산인삼 모두 각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하지만 이들 이름으로 팔리는 특산물의 절반 이상은 ‘출생지’가 표시된 원산지와 다르다. 영광굴비의 대부분은 영광에서 잡히지 않고, 영덕대게는 경북 포항의 구룡포에서 주로 잡힌다. 엉뚱한 곳에서 생산된 걸 먹으면서도 유명 특산지에서 생산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비슷한 품질의 다른 지역 제품보다 비싼 이들 특산물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6일 인천 강화도 앞바다 ‘새터어장’에서 새우잡이에 나섰던 어민 민승완 씨(56)가 촘촘한 ‘자루그물’ 손질에 여념이 없었다. 김장철 인기품목인 새우젓의 주 생산지인 강화지역에는 민 씨 어선을 포함한 200여 척이 새우잡이에 나섰다. 10월 말까지 ‘추젓’(가을 새우젓)잡이가 한창 이어진다. 오젓 육젓 등 고급 젓갈에 사용되는 살이 통통한 새우는 봄철 전남 신안지역에서 많이 잡히고 달짝지근한 가을 새우는 강화도 근해가 주요 산지다. 이곳에서 잡힌 새우의 70∼80%는 젓갈 유명산지인 전북 부안 곰소항과 충남 논산 강경항으로 팔려나간다. 강화 새우가 ‘곰소 새우젓’ ‘강경 추젓’ 등으로 불리며 팔리고 있는 것. 강화 새우가 이들 지역으로 가면 가격도 20∼30% 오른다.

명절의 대표 선물로 꼽히는 영광굴비는 전남 영광 인근 연안이 아닌 서해 공해상과 제주도, 전남 흑산도 근해에서 잡히는 조기를 주 원료로 한다.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주로 잡히는 조기를 영광으로 옮겨와 가공만 하는 것이다. 조기는 회유성 어종으로 서해나 동중국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중국어선이 잡으면 중국산, 국내 어선이 잡으면 국내산이 된다. 영광에는 법성포 430곳, 영광읍과 홍농읍에 100곳 등 530곳의 굴비 가공 판매업소가 있다. 이들은 냉동 해동 염장(鹽藏) 건조 과정을 거쳐 ‘영광굴비’로 포장해 판다. 이곳의 생산량은 전국 굴비 생산량의 75%인 1만9000t. 연간 매출액도 3000억∼3500억 원이나 된다. 명절에만 전체 물량의 60%가 소비된다.

영광지역 판매업소들은 서해상에서 잡히는 조기를 사들여 가공하기 때문에 ‘영광굴비’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강행원 영광군 굴비특품사업단장은 “굴비 특성상 가공 기간이 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원산지 개념보다 가공지 개념으로 브랜드를 붙이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영광굴비는 상품 기준으로 마리당 20만 원이지만 다른 지역 가공품은 3만∼4만 원 선이다.

또 충남 금산지역에서 판매되는 인삼은 전국 유통량의 70%나 된다. 하지만 토종 ‘금산 인삼’은 이곳 유통량의 8% 안팎에 불과하다. 금산군 관계자는 “전국의 약초시장에서 다른 지역 인삼이라도 유명세가 있는 ‘금산인삼’으로 둔갑해 파는 경우가 많지만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금산군은 2012년까지 금산지역 인삼을 대상으로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인증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이 인증을 받으면 금산인삼농협이 시중가보다 10% 비싸게 매입할 계획이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인근 해역에 등록된 배 7척이 잡아들이는 홍어는 연간 평균 4만5000마리다. 전국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천 대청도와 소청도 근해에서 잡히는 참홍어의 상당수가 전남으로 직송되고 있다. 같은 홍어라도 인천산이 아닌 전남산 지역 홍어로 시장에 내놓으면 가격도 오르고 인기상품으로 취급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소청도 어장에서 잡힌 참홍어가 2009년 230t, 2010년 295t인데 상당량이 목포 쪽으로 판매됐다”고 말했다. 신안수협은 외부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어획된 홍어에 성별, 무게, 어획한 선박 정보가 담긴 바코드를 부착해 ‘흑산홍어’ 여부를 식별하도록 하고 있지만 유입량은 줄고 있지 않다.

영덕대게는 경북 영덕에서 잡힌 것이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인근 포항 구룡포에서 전국 소비량의 50∼60%가 잡힌다. 원산지는 포획 어선이 어느 지역에서 출항해 어떤 항구에서 위탁판매를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영덕대게 울진대게 구룡포대게가 품질 우위를 내세우며 ‘원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산되는 지역에 따라 맛과 품질에서 차이가 별로 없을 경우 ‘원적지 증명’이 별다른 의미가 없기도 하지만 정부는 국내 농수축산물에 대한 ‘이력추적제’를 도입해 명확히 원산지를 밝힐 계획이다. 단순히 국내산으로 분류할 때보다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소비자 선택권 보호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강화=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장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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