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일 오후 명절 분위기로 들떠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봉제공장에 갑자기 청아한 목탁소리가 울렸다. 한 스님이 시주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것.
5000원을 시주한 이 공장 황모 사장(36)은 스님이 돌아간 줄 알고 잠시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가 놓아둔 지갑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지갑 안에는 직원들에게 줄 급여 360만 원이 들어있었다. 설마 하면서도 의심 가는 사람이 스님밖에 없던 황 사장은 경찰을 부른 뒤 함께 스님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한 여인숙에서 묘령의 여인과 함께 장기 투숙하던 스님 박모 씨(40)를 찾아냈다. 방에서는 자신이 잃어버린 360만 원이 든 지갑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8세에 출가한 박 씨는 수년 전 여자 문제, 절도 등 각종 범죄 전력으로 승적을 박탈당했지만 그 뒤에도 스님 행세를 하며 시주를 받아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경찰조사에서 “시주를 받으러 갔다가 황 사장 지갑에 돈이 많은 든 것을 보고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절도 등 전과가 10범인 박 씨는 경찰서에서도 마치 진짜 스님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13일 박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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