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2월 31일. “연말이니 놀러오라”는 술집 여주인 이모 씨(43)의 연락에 단골인 박모 씨(49)가 서울 중구 신당동 이 씨의 가게를 찾았다. 박 씨는 술값을 낸다며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왔다. 이때 박 씨가 들고 있던 현금 인출 명세표를 보고 통장에 2000만 원이 들어있는 것을 알게 된 이 씨는 박 씨에게 계속해서 술을 권했다. 새해가 온 것도 모른 채 1월 3일 새벽까지 박 씨가 마신 술은 양주 5병, 소주 8병, 맥주 30병이었다. 정신을 놓은 박 씨는 입고 있던 옷에 두 번이나 소변을 봤다. 이 씨는 바지를 갈아입혀 가며 박 씨에게 술을 권했다. 그사이 이 씨는 만취한 박 씨에게서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 5차례에 걸쳐 600만 원을 인출해 챙겼다.
사흘간 식사는 한 끼도 하지 않고 술만 마신 박 씨는 담요 한 장 덮지 않은 채 맨발로 술집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박 씨를 찾아 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결국 박 씨는 저체온증 등으로 숨졌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이태종)는 15일 이 씨에게 절도 및 유기치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인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6년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술에 취한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은 무겁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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