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현 대구 서구청장(60·사진) 사퇴 후폭풍이 거세다. 14일 느닷없이 구청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구 직원과 주민 사이에 “주민이 뽑아준 단체장을 팽개치듯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 주민 김진호 씨(37·서구 내당동)는 “2008년에도 시의원 임기 1년을 겨우 채우고 구청장 출마를 위해 사퇴하지 않았느냐”며 “주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헌신짝 버리듯 하는 것은 정말 한심한 일”이라고 혀를 찼다.
○ 어수선한 서구
서구 직원들은 15일 그의 사퇴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10·26 재·보선 구청장 출마자와 서로 돕자는 거래를 했다느니, 구청장 직함을 버림으로써 검찰의 뇌물수수 수사를 무마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느니 하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서 전 청장은 재임 중 조직 갈등을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8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되고 지난해 재선에 성공해 3년 3개월 임기 동안 서대구공단 리모델링, 평리동 재개발사업 등 여러 현안을 추진했지만 별 성과가 없다는 평가다. 서구의 한 간부는 “이런저런 공약은 좌초될 가능성이 크고 수년 전 전임 청장 현안도 매듭을 지은 게 별로 없다”며 아쉬워했다. 진보신당 대구시당은 성명서를 내고 “총선에 출마해 서구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말은 궤변”이라며 “구청장을 자기 출세 수단으로 삼는 행태는 없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서구청 공무원노조는 올해 6월 ‘서구 인사 원칙과 기준은 줄서기인가’라는 성명서를 냈다. 서 전 청장이 고향 출신 직원들에게 인사 혜택을 줬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그가 재임하는 동안 구청은 무슨 선거대책본부 같았다”며 “직원 사기만 떨어뜨리고 떠나 허탈하다”고 비난했다. 이태훈 권한대행(부구청장)은 “현안보다는 조직 안정과 주민 신뢰 회복이 발등의 불”이라고 했다. ○ 재·보선 영향 촉각
서 청장의 돌발 사퇴로 10월 보궐선거가 어떻게 전개될지 벌써 예비 후보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강성호 전 대구시의원, 신점식 전 서구 부구청장, 윤진 전 서구청장, 백승홍 전 국회의원 등 서구청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의 출마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강 전 시의원은 2008년 보궐선거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설욕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그는 “서 청장 사퇴는 주민들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총선을 저울질하는 몇몇 구청장들은 서 청장의 사퇴와 그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A 구청장은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서 청장의 사퇴 사건이 현역 국회의원 교체론 등 지역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밀히 살피는 중”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기자는 그의 사퇴 배경과 뇌물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여러 번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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