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력대란]한전 과실여부-책임범위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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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 피해” 한전 상대 집단소송 움직임

15일 오후 전국 각지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로 피해를 본 시민들이 한국전력과 국가를 상대로 집단적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전기가 끊기면서 많은 상인이 장사를 하지 못했다. 금융거래와 대입 원서접수도 중단되면서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는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정전 때문에 하루 장사를 다 망쳤다”며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내 피해를 배상받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전이 제한 송전에 대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제한 송전 규정을 마련했는지 모르겠다”며 “정전 피해 규모에 따라 소송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늦더위가 예고된 상황에서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전력수급 상황이 급변할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 정전 사태의 원인으로 드러나면서 법정에서는 한전의 과실 여부와 책임 범위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변호사는 “자영업자는 정전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명백한 경우가 많아 법원이 한전의 책임을 얼마만큼 인정해 줄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배상을 받으려면 우선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특정한 뒤 전력사용량이 급증할 것이 명백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한전이 최소한의 대책을 세워놓지 않아 전력수급을 조절하지 못했다는 고의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력 수요가 적을 것으로 보고 발전소 가동을 멈춘 것으로 드러난 데다 사상 처음으로 예비전력 확보를 위해 전국적으로 제한 송전을 실시하면서도 단전 사실을 예고하지 않은 것 등은 소송을 내는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점으로 꼽혔다.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시행세칙 49조’에 따르면 ‘한전의 직접적인 책임이 아닌 이유로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경우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 약관만으로 한전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률 전문가들은 “전기공급약관시행세칙을 전력 소비자인 국민에게 고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만으로는 면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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