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인 아내 박모 씨(29)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의사 남편 백모 씨(31)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한병의)는 15일 1심 선고에서 “아내 박 씨는 목 눌림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법의학적 증거, 증인 진술 등을 검토했을 때 백 씨가 살해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무표정하게 판결문을 받아 적던 백 씨는 선고 순간 깜짝 놀란 듯 손을 멈추더니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재판부는 박 씨의 사인에 대해 “목 부위 피부 까짐과 내부 출혈, 얼굴과 뒤통수의 여러 군데 상처 등을 볼 때 목 눌림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이 한 달 남짓밖에 안 남은 아내를 목 졸라 태아까지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백 씨가 사건 직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이동하는 등 알리바이를 만든 점, 아내에 대해 애도를 표하거나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자신의 방어에만 몰두한 점 등을 볼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백 씨가 아내와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형보다는 (20년의) 유기징역형을 택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백 씨 측 이정훈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무죄를 선고할 줄 알았는데 황당하다. 항소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은 1월 발생 이후 사망 원인을 놓고 검찰과 남편 백 씨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백 씨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한 반면에 백 씨는 “아내가 사고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국내 법의학자 대부분이 검찰 주장에 동의하자 백 씨는 마이클 스벤 폴라넨 캐나다 토론토대 법의학센터장을 증인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박 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재판부는 “(남편 측 주장인)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의 경우 약물 또는 알코올의존증, 실신 등 선행 요인이 있어야 하지만 박 씨 부검 결과와 건강상태를 볼 때 사건 당시 실신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사 박 씨가 실신했다고 해도 (다툰 흔적으로 보이는) 박 씨와 백 씨 몸의 여러 상처를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폴라넨 박사가 주장한 이상자세 가능성에 대해 “이상자세를 뒷받침하는 폴라넨 박사의 실험 논문이 실제 사건과 차이가 있다”며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사망 추정 시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망 추정 시간이 백 씨가 집을 나간 오전 6시 41분 이전 이후가 모두 포함될 수 있다”면서도 “평소 일찍 출근하는 아내가 출근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숨진 정황을 보면 오전 6시 41분 이전에 박 씨를 숨지게 한 자가 남편이라는 사실이 합리적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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