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시모집에서 일부 학과 경쟁률이 처음으로 500 대 1을 넘으면서 사상 유례없는 ‘수시 전쟁’이 예고됐다. ‘쉬운 수능’의 영향으로 변별력 상실 등을 우려한 수험생들이 여러 대학에 중복 지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8일 각 대학에 따르면 16일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마감한 수도권 33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33.28 대 1로 전년도 26.55 대 1보다 크게 상승했다.
지원자 수는 중복 지원을 포함해 총 103만7836명으로, 지난해 이 대학들의 총 지원자(83만2832명)보다 20만 명 이상 늘었다. 올 대학수학능력시험 전체 지원자 수(69만3634명)와 비교했을 때도 1.5배에 이른다. 앞서 지난달 먼저 원서를 접수한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에도 10만 명 이상이 원서를 낸 상태라 수시모집 총 지원자는 113만 명이 넘는다.
대학별로는 서울 캠퍼스 기준으로 고려대가 평균 40.69 대 1(지난해 37.14 대 1) 성균관대 46.84 대 1(지난해 41.39 대 1) 한양대 48.8 대 1(지난해 37.66 대 1) 경희대 48.5 대 1(지난해 29.04 대 1) 이화여대 23.29 대 1(지난해 18.81 대 1) 연세대 33.46 대 1(지난해 23.26 대 1) 등이었다. 서울시립대는 54.4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지난해(19.42 대 1)보다 경쟁률이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수능이 쉬워져 변별력 확보가 어렵고 한 문제만 실수해도 등급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이 수시모집에 승부를 걸었다는 분석이 많다. 수험생들은 합격 가능한 4, 5개 대학에 지원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7, 8개 대학에 중복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논술, 적성 등 대학별 고사를 시행하는 전형의 경쟁률이 높았다. 이는 논술로 내신과 수능을 만회하려는 학생들의 ‘거품 지원’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립대는 논술형인 고교우수인재 전형의 경쟁률이 123.73 대 1로 지난해(29.24 대 1)보다 4배로 상승했고 숭실대의 일반학생(논술) 전형의 경쟁률도 지난해(20.55 대 1)보다 3배로 높은 64.21 대 1을 기록했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평균 150∼180분이었던 논술시험 시간이 올해 120분으로 줄고 문항도 4, 5개에서 2, 3개로 줄었다”며 “논술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역전’을 기대하는 수험생의 지원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시도 미등록 인원에 대한 추가모집이 가능해지면서 극소수를 뽑는 전형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한 수험생이 늘었다. 단국대(천안) 생활음악과 보컬부문은 3명 모집에 1536명이 지원해 무려 512 대 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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