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최고 공립 토머스제퍼슨 과학고 찾은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에디슨땐 7주, 요즘은 3년” 특허심사 단축법 서명…
고교생 발명품 격려하며 과학 중요성 강조

“로봇이 나를 덮칠 것 같은데…길을 비켜줄까요?”(웃음)

미국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토머스제퍼슨과학기술고. 미국 내 최고의 공립고로 꼽히는 과학영재고다. 16일 오전 11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 교실을 찾았다. 학생들이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발명품을 선보였다.

첫 번째 작품은 지난해 워싱턴DC 지역 로봇경진대회에서 1등을 한 삼각형 모양 로봇 ‘더프(Derp)’. 12학년(고교 3년)생 30명과 11학년(고교 2년)생 6명의 공동 작품으로 물건을 집어 들어 다양한 높이에 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통령은 웃으며 “정말 로봇이 작동하느냐”며 “저기 있는 마이크를 잡아보라. 마이크가 망가지면 물어내야 할 거야”라고 말했다. 로봇이 마이크를 잡아 올리자 교실에선 환성이 터졌다.

학생들은 ‘TJ3 Sat’이라는 작은 위성을 대통령에게 선보였다. 위성을 만든 학생 3명은 지구궤도에서 이 위성을 통해 문자를 전송할 수 있고 다시 신호를 보내올 수 있다고 했다. 이 위성은 내년 상반기에 쏘아 올려질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바로 이런 것이 미국이 원하는 것”이라고 격려하고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과학고 현장 방문은 과학기술 발명과 특허에 미국 산업의 경쟁력과 미래가 걸려 있다는 절박한 인식의 발로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선정하는 미 공립학교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로 선정된 토머스제퍼슨과학고는 대부분의 수업을 실험과 실습으로 진행한다. 많은 학생이 대학 과정인 AP 과목을 미리 이수하며 대학 연구소나 정부 및 민간연구소와 손잡고 발명품을 함께 만들어 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학교 실내체육관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 650여 명이 빼곡하게 자리를 메운 가운데 연설했다. 대통령을 청중에게 소개하는 학생은 지난해 바닥에 설치할 수 있는 저장 공간을 발명해 특허를 딴 12학년 학생 레베카 힌드먼 양. 부엌이나 화장실 타일 밑에 저장고를 만드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특허를 따낸 이 학생은 기업들로부터 상용화하자는 제안을 수차례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고교 1학년 때엔 내 작품으로 특허를 낼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여러분 옆에 서 있으니까 나도 점점 똑똑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고 체육관은 폭소와 함께 박수소리로 가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했을 때 특허는 7주 만에 나왔지만 지금은 거의 3년이나 걸린다”며 “내가 이곳에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학생들과 데이비드 카포스 특허청장 및 여야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야가 합의한 개정 특허법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독려로 1952년 이후 59년 만에 바뀐 특허법은 특허심사관을 대폭 증원해 심사기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미국이 220년 동안 고수해온 선(先)발명주의 원칙을 폐기하고 대신 선출원주의를 채택했다. 최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글로벌 선두기업들이 특허를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미국 대통령의 과학고 방문은 발명과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과학과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의 영재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읽혔다.

알렉산드리아(버지니아)=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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