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 노총각 한모 씨(42)는 갑자기 돈이 필요했다. 한 씨의 여자친구가 결혼 조건으로 2000만 원을 가져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한 씨는 부모에게 돈을 받아내기로 하고 올해 6월 서울 성북구에 있는 부모 집을 찾았다. 하지만 부모는 한 씨보다 나이가 열한 살 많은 한 씨의 여자친구가 돈을 노리고 사기를 치려는 것이라며 돈을 주지 않았다.
“돈 내놓으란 말이에요!” 화가 난 한 씨는 가방에서 500mL짜리 약병을 꺼내들었다. 맹독성 제초제 그라목손이었다. 거실에 함께 있다 순식간에 제초제를 뒤집어쓴 한 씨 부모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그라목손은 피부에 닿기만 해도 수포를 일으키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맹독성 농약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18일 한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 씨가 69세와 65세로 고령인 부모를 상대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독물질을 뿌린 점 등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씨는 범행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여유분으로 부모 집 앞 화단에 그라목손을 담은 소주병을 숨겨 놓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만 “한 씨가 윌슨병, 뇌경색 등으로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장애가 있는 데다 가족이 한 씨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