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에 신고없이 보증… 채무 대신 변제했다 못받기도
관세청 고발로 검찰 수사착수… 신라 등 7개 업체엔 과태료
관세청이 롯데면세점의 700억 원대 불법 외환거래 혐의를 포착한 뒤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관세청은 지난달 불법 외환거래에 대한 형사처벌 기준을 대폭 완화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은 4월부터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국내 주요 면세점에 대한 조사를 벌여 7월 롯데면세점을 고발하고 신라면세점 등 7개 업체에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롯데면세점 등은 서류를 조작해 국내 자금을 해외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샀다.
권 의원에 따르면 관세청 조사 결과 일본 롯데홀딩스가 703억 원 규모의 외화를 빌릴 때 한국 롯데면세점이 한국은행에 아무런 신고 없이 채무보증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롯데면세점 모스크바법인의 채무 66억 원을 한국 롯데면세점이 대신 변제했지만 회수기간(1년 6개월)을 넘겨 현재까지도 한국으로 이 금액을 돌려받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은 국내 자산을 해외로 송금하거나 담보로 잡히는 등 변동이 있으면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거나 범죄에 이용하는 불법적인 외환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다.
관세청은 이처럼 조사대상 면세점 대부분이 불법 외환거래를 한 사실을 적발했지만 8월 불법 외환거래의 형사처벌 기준을 대폭 완화한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을 발효했다. 외국환거래법에 규정된 지급 방법을 위반했을 경우 당초 거래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하도록 했지만 이를 ‘25억 원 이상’으로 고쳤다. 또 당국에 신고 의무를 위반한 때에도 당초 10억 원이던 것을 ‘50억 원 이상’으로 올리고 이를 위반할 때만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관세청은 경미한 범죄는 관세청 재량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고발 기준을 완화해 범법자 양성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관세청 조사 결과 불법적 외국환거래가 만연해 있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형사처벌 기준을 완화한다면 앞으로 대기업들의 불법 외환거래 및 재산도피 범죄가 근절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세청의 불법 외환거래 적발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만1104건(14조6345억 원 규모)이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올해는 8월까지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 금액이 2조4539억 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 ‘환치기’(환율 차를 이용해 불법 수익을 남기는 외환거래)는 7조7719억 원, 해외 재산도피 4469억 원, 자금세탁 2590억 원 규모가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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