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전력대란]정전사태 재발 방지 위한 3가지 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 15일 정전 당시 예비전력이 24만 kW에 불과했다는 지식경제부의 18일 발표는 충격적이다. 전국이 ‘블랙아웃(동시 정전)’돼 교통, 통신, 산업체 등이 모두 마비되는 상황을 코앞에 뒀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전력기관 감독 체계, 정보 공유 매뉴얼, 전기요금 체계의 틀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

① 전력 공급능력 아닌 실제 공급량 따져야

사고 당일 전력거래소는 거래소 전광판에 뜬 ‘공급능력’ 숫자를 기준으로 이날의 전기 공급능력이 7071만 kW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실제 전기 공급능력은 이 모니터의 숫자와 달랐다. 당초 공급능력에 포함돼 있던 인천(중부발전 운영), 울산(동서발전), 영남(남부발전) 발전소 3곳이 발전소 가동준비(예열)를 안 해놨기 때문이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발전소를 돌리려면 적어도 5시간 전에 예열 지시가 와야 하는데 그날은 전력거래소로부터 어떤 지시도 없었다”고 말했다. 예비전력이 수직하락 하는 동안에도 거래소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경부와 한전 역시 이를 전혀 몰랐다. 거래소는 원래 60Hz(헤르츠)로 유지돼야 하는 전력 주파수(전류의 안정된 진폭)가 59.9, 59.8Hz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긴급 단전 조치를 내렸다. 한전 관계자는 “24만 kW까지 내려가고서야 단전조치를 취한 건 매우 대응이 늦고 아찔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발전 매뉴얼을 정할 때 전국 발전소의 실제 발전량이 도달하는 시간 등을 분석해 데이터화하고, 대응 매뉴얼도 (예비전력 기준) 100만, 200만, 300만, 400만 kW 등 단순 구간별로 나누기보다 시간 변수를 반영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② 정전예보 - 긴급구조 시스템 갖춰야

이번 전국 정전 사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단전(斷電)에 대한 대국민 예고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국민은 물론이고 관련 부처나 기관에도 이 같은 사실이 전혀 통보되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거래소로부터 왜 단전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한 채 순환단전을 하라는 통보만 받았다”고 말했다.

한전 전력상황실과 소방방재청 사이에 있는 ‘핫라인’도 가동되지 않았다. 이는 정전 등 유사시 대국민 예보나 구조 대응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과 관계자는 “사고 당일 한전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정전 대처를 총괄하는 지경부와는 정보 공유 시스템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③ 실시간 요금제 등으로 절전 유도해야

이번 정전대란의 근본 원인은 국내의 전력 공급 능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하지만 공급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발전 설비를 짓기 위해서는 원자력 방식의 경우 10년, 석탄은 6∼8년, 가스는 4년이 필요하다. 현재 짓고 있는 원전이 완공되는 2015년까지는 이런 식의 정전대란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루빨리 실시간 요금제나 피크 요금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가보다 싼 지금의 전력요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전기가 부족할 때 절전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정전대란이 일어난 다음 날 전기 소비가 더 오른 것에서도 볼 수 있듯 현재의 요금제도는 공급 변화에 따른 수요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며 “요금제를 실시간제로 바꾸고 스마트미터기 등을 사용해 30분 단위로 전력요금을 보여준다든지 하면 비쌀 때(공급이 부족할 때) 전기 절약을 하게 돼 전력 수요 조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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