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전력대란]靑은 경질 꺼리고… 崔는 사퇴 꺼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구제역 수습후 자진사퇴 ‘유정복 모델’ 염두
물러난다는 말 끝내 안해… ‘희생양’ 못마땅?

청와대는 전력 대란의 정치적 책임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묻는 문제를 두고 18일 ‘선(先) 수습-후(後) 사퇴’로 해석될 발언을 내놓았다.

한 핵심참모는 “최 장관이 사퇴 의사를 당장 밝히면 ‘문제가 심각해 경질했다’는 점만 부각될 뿐이어서 최 장관이 사후처리 과정에 리더십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 결국 사퇴할지라도 당장은 경질 계획을 발표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나온 참모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청와대 참모들은 ‘선 수습-후 사퇴’라는 해법에 동의했고, 이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정전 사태와 관련해 국민에게 드리는 대통령의 생각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최 장관이 수습책이 완성되는 10월 중 사퇴할 것으로 단정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부가 내놓은 사태의 실상에 따라 ‘최중경 책임론’에 대한 여론이 달라질 여지가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18일 밤까지 최 장관 거취에 대해 별다른 지침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장관 경질 카드를 꺼려 왔고 장관 스스로 악화된 여론을 읽고 사퇴를 결심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지난해 딸 특채 논란을 부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올 초 구제역 확산의 책임을 진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때도 비슷했다.

실제로 청와대 일각에서는 “여론이 안 좋다고 경질하는 것은 매우 손쉬운 선택일 뿐”이라며 반론을 펴는 쪽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장관이 동반성장, 고유가대책, 물가안정 등 현안을 놓고 일부 설화(舌禍)를 빚었지만 대체적으로는 추진력 있게 일했다는 점에서 장관부터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끝내 물러나겠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도 ‘최틀러’로 통하며 강한 개성을 가진 최 장관이 청와대의 ‘수습 후 사퇴’ 카드에 반발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최 장관은 회견에서 △전력거래소가 허위보고했고 △지경부의 전력수급 비상대책기간 연장조치를 한국전력이 무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발언을 두고 ‘정전 사태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겠다’는 최 장관의 간접적인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최 장관은 ‘정부 부처장관들 중 가장 열심히 일을 하다가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정전 사태를 빌미로 평소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정치권이 무리하게 흔들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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