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젠 특수’에 신난 제주경제… 중국인 관광객들 씀씀이 어떻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1명이 명품양복 3억어치 구입… 롤렉스시계 매대 통째 싹쓸이


추석 연휴 기간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 있는 유럽 명품 브랜드 매장. 중년의 중국인 남성이 들어왔다. 그는 시간에 쫓기듯 매장을 둘러보더니 손가락으로 한쪽 벽면의 좌우를 가리키며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달라”고 주문했다. 이 브랜드의 남성복은 한 벌에 400만 원대 이상인 초고가 제품이다. 이 중국인 고객이 이날 하루 구입한 옷은 3억4000만 원에 이른다.

1만 명이 넘는 중국 바오젠(寶健)유한일용품유한공사 인센티브 관광단이 제주를 방문하는 등 최근 국내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웃나라 큰손’ 덕에 관광업계를 비롯해 유통, 항공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제주 면세점 곳곳은 18일에도 하루 종일 바오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제주 그랜드호텔을 비롯해 이들 관광단이 묵는 숙소 주변 상가 역시 매일같이 바오젠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바오젠 관광객의 주요 구매 품목은 화장품, 시계 등이다. 바오젠 특수 등에 힘입어 7월 초부터 이달 15일까지 신라면세점 제주점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다. 특히 롤렉스 등 명품시계 매출은 120%나 증가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일부 부유한 중국 관광객들은 롤렉스 매대의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전시된 시계를 한꺼번에 가방에 쓸어 담기도 한다”고 전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올 4월 제주지역 처음으로 샤넬 시계 부티크 매장을 열었다. 시계 한 개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이 매장의 주요 타깃 고객은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의 매출 역시 1400만 달러(약 155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신장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올린 매출은 1000만 달러(110억 원)로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558달러(172만 원). 이는 미국인(1292달러), 일본인(1072달러)보다도 훨씬 많은 것이다.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서도 명품 매장 앞에 진열된 마네킹을 가리키며 “여기 입혀 놓은 것을 모두 달라”고 하는 중국인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김, 중저가 화장품 같은 제품이나 디자인이 귀여운 물건들을 주로 고르고 사려는 품목도 미리 정해 계획된 구매를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즉석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사는 충동구매가 많다”고 전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8차례에 걸쳐 한국을 찾는 바오젠그룹 인센티브 관광단 1만여 명이 한국에 쓰는 돈만 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바오젠그룹 대규모 관광단의 제주 방문은 비수기에 고(高)유가로 고전하는 국내 항공업계에도 ‘단비’가 됐다. 바오젠 관광단 수송을 맡은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은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6800여 명의 수송을 담당한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에서 환영 메시지를 담은 방송을 내보내고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에 전담 직원을 배치해 맞춤형 서비스에 만전을 기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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