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넘은 선율… 불가능을 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인천혜광학교 시각장애학생 80명 28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첫 연주회

시각장애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학생 오케스트라단이 28일 창단 연주회를 앞두고 매일 7, 8시간 연습을 하고 있다. 인천혜광학교 제공
시각장애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학생 오케스트라단이 28일 창단 연주회를 앞두고 매일 7, 8시간 연습을 하고 있다. 인천혜광학교 제공
악보와 지휘자를 볼 수 없는 장애인들이 ‘조화와 협력의 선율’을 들려주는 첫 연주회에 나선다. 경인지역 유일의 시각장애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심포니 오케스트라단은 28일 오후 3시 반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창단 기념 음악회를 연다.

이날 공연에서는 초중고교 과정의 시각장애학생 80명이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호른 플루트 바순 튜바 트럼펫 등으로 하모니를 이뤄 10여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 학교 교사 20명도 학생의 자세를 잡아주면서 연주를 하는 ‘보조 오케스트라단원’으로 참여한다. 연주곡은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 ‘오펜바흐 천국과 지옥 서곡’ ‘민요 아리랑’ ‘리처드 로저스의 도레미송’ 등이다.

장애인예술제 등에서 합창이나 연주 활동을 하는 장애인들이 찬조출연을 한다. 인천지역에 사는 성인 장애인으로 구성된 ‘인천시 해밀합창단’, 시각장애인 기숙사인 광명원 출신의 중창단인 ‘광명원 아이드림’, 시각장애 어린이중창단인 ‘씨엘 중창단’이 오케스트라단 연주에 맞춰 노래도 할 예정. 시각장애1급인 인천혜광학교 곽상윤 교사는 피아노 협연을 한다.

지난해 12월 이 학교 학생들이 현악기 연주를 한 것을 계기로 오케스트라단 창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혜광학교 황수진 음악교사는 “연주회에 대한 반응이 좋아 학교가 용감하게 악기를 마련해 주면서 오케스트라를 만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예산으로는 오케스트라단에 필요한 연습용 악기조차 구입하기 어려워 기업에 후원을 요청했다. 인천 부평구에 자동차공장을 보유한 한국GM은 호텔에서 열던 이사회를 혜광학교 강당에서 여는 대신 회의비용 6000만 원을 악기 구입비로 내놓았다. 소문을 전해들은 포스코건설과 인천국제공항공사도 후원금을 보탰다.

비록 고가 장비는 아니지만 오케스트라단 구성을 마친 학생들은 방과후 매주 2회 이상 맹연습을 했다. 학생들이 기본자세를 익히는 데도 한 달 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하루 2∼3시간씩 점자악보를 보면서 연주했고, 연주곡을 MP3로 녹음해 한 곡씩 암기했다.

인천시립교향악단 이경구 부지휘자는 현악기 연주에 이어 오케스트라단 연주를 위한 음악지도를 해주고 있다. 이 부지휘자는 “세계에서 처음 구성되는 시작장애인 오케스트라단이 불가능의 고정관념을 깨고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032-522-8345, www.ichk.sc.kr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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