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소리….” 싸움판에서나 나옴 직한 이 말이 최근 울산시청 고위 간부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을 제시한 이인규 문화재위원장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문화재위원회는 국보 지정 등 문화재 보존과 관리, 활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사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문화재청에 설치된 조직.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방안도 문화재위원회 심의가 필수적이다.
15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 울산시 김선조 상수도사업본부장(3급)이 ‘사연댐 수위조절 관련 분석 자료’를 기자들에게 내놓았다. 이날 이 위원장이 쓴 ‘반구대 암각화 망가뜨리고 말 것인가’라는 제목의 언론 고문을 반박하기 위한 자리였다.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태화강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1년에 절반 이상 침수돼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선사시대 바위그림. 문화재청은 암각화 하류에 있는 사연댐의 수위를 현재 60m에서 52m로 낮춰 암각화 침수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울산시는 수위를 낮추면 울산시민의 생활용수가 부족해진다며 반대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기고문에서 암각화 보존 방안으로 “울산시가 주장하는 물 부족 문제는 장차 울산시 인구가 늘어 물 수요가 증가할 때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보를 훼손하는 주범인 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선결과제이며, 이후 물 부족을 해결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지금 당장 물이 부족하지 않다고 댐 수위를 낮추라는 것은 (수리학을 모르는) 무식한 소리”라며 “상수원은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고, 이 위원장 주장은 잘못된 분석 자료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문화재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원로를 김 본부장이 원색적으로 비판한 것은 정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구나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암각화를 처음 발견한 문명대 전 서울시 문화재위원장 등 많은 정치인과 전문가, 언론인도 이 위원장과 같이 ‘선 수위 조절, 후 물 확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 견해를 폄하하는 울산시청 공무원이 있는 한, 그리고 울산시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제시한 ‘암각화 앞 유로(流路) 변경안’을 ‘자연훼손’이라는 한마디로 거부해버리는 문화재청이 있는 한 암각화 보존 대책은 요원하다는 느낌이다. 올해 6월 27일부터 19일까지 3개월째 물속에 잠겨 있는 암각화는 오늘도 ‘물고문’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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