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주 유작이 사라졌다… 양아들이 20년만에 다녀갔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 길러준 인연이 악연으로… 그림 훔친 30대 구속영장

길러준 은혜를 도둑질로 되갚은 배은망덕한 양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22일 금용(金蓉) 김일섭, 만봉(萬奉) 이치호 스님과 더불어 ‘국내 불교미술의 3대 산맥’ 중 한 명인 고 월주(月洲) 원덕문 스님(사진)의 유작 등 12점을 성북구 돈암동 신흥사에서 훔친 양아들 원모 씨(3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흥사 주지를 지낸 월주 스님은 무형문화재 단청장으로, 경주 불국사 관음전의 천수관음탱화 등의 작품을 남겼다.

원 씨는 갓난아기 때 신흥사 대문 앞에 버려진 채 스님에게 발견됐다. 스님은 원 씨를 데려다 자신의 호적에 올렸고 속세 성도 물려줬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스님의 사랑과는 달리 원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을 알면서 점점 삐뚤어졌다는 것. 스님 지갑에서 돈 훔치기를 반복하다 결국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절에서 나왔다. 원 씨는 이후 각종 일용직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고 그사이 1992년 월주 스님은 입적했다. 눈을 감기 직전까지 양아들을 걱정하던 스님은 원 씨 앞으로 얼마 되지 않는 유산을 남겨놓기도 했다.

원모 씨가 장물업자들에게 팔아넘긴 월주 스님의 유작 산수화 8폭 병풍. 시가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지만 가치를 못 알아본 원 씨는 이를 40만원 선에 팔아넘겼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원모 씨가 장물업자들에게 팔아넘긴 월주 스님의 유작 산수화 8폭 병풍. 시가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지만 가치를 못 알아본 원 씨는 이를 40만원 선에 팔아넘겼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하지만 철없는 양자의 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두 달 전 첫아이를 얻은 원 씨는 빚 때문에 생계가 막막해지자 올 4월 20여 년 만에 절로 돌아와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돈이 급했던 원 씨는 예전에 스님이 그림을 그리던 것을 기억하고 4월 중순 몰래 절에 침입해 스님이 남긴 금장화와 산수화 8폭 병풍 등 유작 12점을 훔쳤다.

신고를 받고 절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인한 경찰은 원 씨가 범인임을 확인하고 5개월 만인 21일 원 씨를 충남 공주시에서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림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원 씨는 장물업자들에게 속아 그림 한 점당 10만∼20만 원의 헐값에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스님의 작품은 작은 스케치북 크기의 금장화의 경우 약 500만 원, 8폭 병풍은 1000만 원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림을 훔치기는 했지만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원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원 씨로부터 그림을 산 백모 씨(47)와 김모 씨(51)도 불구속 입건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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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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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23 13:49:05

    양자녀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봐 우려도 되네요. 결과는 절도라는 죄를 지었지만, 뭐든지 교육과 사랑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양자가 자라온 환경을 우리는 모르잖아요. 양자로 키웠다는 것만 놓고, 그 은혜를 논하면서 절도라는죄를 범한 그 사람만을 매도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여, 양자라는 이유만을 앞세워 너무 단정짓지는 말자는거죠

  • 2011-09-23 11:19:54

    믿에 영만아 여기에 조중동은 왜나오냐 요즘 영만이 추종하던것 들이 뒤구멍으로 돈주고받다걸리고 서민부르짖던 박원순이 재벌들 삥뜯어 강남에 월세 250내고 호화생활한거 씹히니 속이 뒤집히냐 엄한 하늘에 삿대질하지말고뇌물현 대하소설아직 마감안했다 그거나 마감할생각해라 영만아

  • 2011-09-23 10:18:40

    요즈음 개박이추종자들의 부정부패가 끝이 않보이게 이어지고 있다,,, 조중동은 노무현정권때 티끌까지 과대보도에 소설로 5년내내 찰거머리처럼 갈겨댔는데, 우째 개박 실세들이 요즈음 부정부패 끅치를 보이는데 소설은 않쓰더라도 사실 보도조차 제대로 않하고 있다,,, 아마 노무현 정권때였다면 대하 소설을 쓰고도 남을 소재인데,,, 그래서 조중동을 가리켜 부정부패원조당의 후견 대변지라고 하는거다,,,, 절도 사건을 제일 상단에 게재하는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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