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손을 다치면 일상에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병뚜껑조차 따기 어렵다. 한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플라스틱 병에 든 음료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대구대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 배혜윤 씨(23·여)가 이 난감한 문제를 해결했다. 밑이 평평한 플라스틱 병에 오목한 홈을 만들면 한 손으로도 쉽게 뚜껑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이디어를 냈다. 이 홈을 책상이나 식탁 벽 등 어디에나 있는 모서리에 끼워 고정시키면 한 손으로도 뚜껑을 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배 씨는 이 병 이름을 ‘에지(모서리) 플라스틱 병’으로 짓고 독일의 유명 디자인 대회인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에 출품해 최근 상을 받았다. 그는 “우연히 한쪽 손을 다쳤는데 뚜껑을 못 열어 음료수를 마시지 못한 적이 있다”며 “한 손으로 병을 고정시킬 수 있다면 뚜껑을 열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 이런 병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배 씨는 모서리 병을 직접 만들어 친구들에게 사용해 보도록 한 결과 만족스러운 반응이 나오자 디자인을 더 다듬어 대회에 출품했다.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들의 디자인 재능이 호평을 받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제품디자인 전공 3학년 학생 5명은 최근 경기도가 주최한 전국 규모 디자인박람회에서 전원 상을 받았다. 특히 박지은 씨(21·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손목시계와 편리한 옷걸이 등 출품작 3개가 모두 입상했다.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서 상을 받은 박 씨는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 있으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물건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이런 태도로 주변을 살펴보면 새롭게 디자인할 게 아주 많다”고 말했다.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사회적 현상을 디자인으로 연결하는 순발력도 돋보인다. 대구가톨릭대 시각디자인학과 3학년 신윤영 씨(24)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한 막걸리병 디자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이 공모전에서는 경북대와 영남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상을 받았다. 또 계명대 학생들은 대한민국 텍스타일디자인대전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통령상을 차지했다.
학생들의 이 같은 성과는 평소 방학도 없이 실력을 쌓은 데서 나온다. 대구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설치된 디자인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디자인 전문회사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실력과 열정이 넘친다. 이 학과 학생 20∼30명이 매년 각종 디자인 공모전에서 입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해만 교수(52)는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디자인으로 연결하는 공부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라며 “디자인 분야 경쟁력이 곧 대학의 경쟁력일 정도로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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