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강간치상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안양교도소에서 수형 생활을 해온 김모 씨. 김 씨는 교도소 의무관에게 “나는 무고환증(無睾丸症)이고 공동생활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교도소 측은 성염색체 검사 결과 남성염색체를 가졌다는 결과가 나오자 김 씨를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수감했다. 그러다 김 씨가 계속 집단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2005년 11월부터는 김 씨를 독방으로 옮겼다.
김 씨는 2006년 2월부터 안양교도소장, 법무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국회 등에 여러 차례에 걸쳐 여성호르몬제 투여와 성전환수술을 해달라고 민원과 청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해 8월 26일에는 교도소 보건의료과장에게 “여성용 속옷을 주지 않아 입소할 때 가져와 다 해진 여성용 속옷을 계속 입고 있으며 5일째 단식 중”이라며 “성전환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내 성기를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교도소 측은 자살 우려가 있다고 보고 김 씨를 폐쇄회로(CC)TV가 있는 방으로 옮겼다.
김 씨는 방을 옮긴 이튿날 “거실 벽이 지저분하니 도배를 하고 싶다. 가위를 빌려 달라”고 요구해 교도관으로부터 문구용 가위를 건네받았다. 그 가위로 화장실에서 자신의 성기를 잘랐다. 김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다. 김 씨를 담당한 의사들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해 여성용 속옷 사용이 필요하다. 성정체성에 혼란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다.
2009년 8월 형기를 마친 김 씨는 국가가 자신의 성적 수치심을 침해했으며 관리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3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부장판사 임병렬)는 23일 김 씨에게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해에 사용될 수 있는 가위를 충분한 고려 없이 주고 사후 감시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충분한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았고 속옷을 주지 않아 정신적 피해를 줬다는 김 씨의 주장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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