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료가 비싼 대신 서비스 품질을 높인 ‘자율형’ 어린이집이 도입도 하기 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부터 시범사업을 하기로 하고, 5월부터 신청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단 한 곳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23일 밝혔다. 복지부는 당초 11월까지 자율형 어린이집 선정을 끝내려고 했다.
자율형 어린이집은 보육료를 일반 어린이집의 1.5배까지 받을 수 있다. 비싼 대신 표준보육과정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이른바 ‘명품’ 어린이집이 탄생할 수도 있다.
자율형 어린이집은 정부가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사업이다. 이 때문에 보육의 양극화로 이어진다는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무시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우선 서울과 6대 광역시, 경기지역 시군구별로 2곳씩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자율형으로 전환하겠다는 어린이집은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자율형으로 전환할 때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계산 때문이다. 자율형 어린이집 도입을 찬성했다는 A어린이집 원장(서울 용산구)은 “같은 가격의 영어유치원이나 사설 놀이학교와 경쟁하게 된다. 시설이나 교구에 대한 투자 없이 당장 높은 보육료를 받겠다고 하면 누가 보내겠느냐.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B어린이집 원장(인천)은 “이미 소득 하위 70%까지 보육료 지원이 확대됐고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부모들은 비싼 어린이집 대신 오전에는 어린이집에, 오후에는 비싼 학원에 보내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어린이집 원장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또 다른 사업인 ‘공공형’ 어린이집을 오히려 선호하고 있다. 공공형 어린이집도 놀이터 설치 의무화나 1급 보육교사 비율 같은 선정 조건이 자율형 어린이집과 같지만 정부가 시설보조금을 1인당 7만 원까지 추가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시범사업 대상 620곳에 대한 선정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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