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오름 곶자왈… ‘변화무쌍 18.8km’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24일 개장한 제주올레 19코스 걸어 보니

제주의 바다, 오름, 곶자왈 등과 역사현장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올레 19코스가 개장했다. 서우봉 동쪽 능선에서는 북촌포구와 무인도인 다려도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임재영 기자jy788@donga.com
제주의 바다, 오름, 곶자왈 등과 역사현장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올레 19코스가 개장했다. 서우봉 동쪽 능선에서는 북촌포구와 무인도인 다려도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임재영 기자jy788@donga.com
제주시 조천읍 조천만세동산을 뒤로하고 밭을 지나니 가을 하늘 아래 짙고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파란 닭의장풀 꽃이 선명했고 해안에서 자라는 순비기나무에 보랏빛 꽃이 활짝 피었다. 함덕서우봉해변은 온통 에메랄드빛이다. 24일 개장한 제주올레 19코스의 첫인상은 풍경화보다 더 강렬했다.

해변을 지나 야트막한 오름(작은 화산체)인 서우봉(해발 113m)에서 한 차례 숨을 몰아쉬며 걸음을 재촉했다. 길가에는 들꽃인 산박하가 무리지어 얼굴을 내밀어 반겼다. 개간한 밭이 대부분인 가운데서도 서우봉 속은 자연림을 형성하고 있었다. 바다와 숲이 공존하는 이색 풍경이다. 1948년 ‘제주 4·3사건’으로 지역주민 439명이 몰살된 ‘너븐숭이’를 지날 때는 자못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북촌포구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뒤로한 채 본격적인 밭길과 목장 길로 접어들었다. 조가 무르익어 고개를 숙였고 밭벼도 알이 누렇게 익기 시작했다. 갓 나오기 시작한 마늘 순을 손보느라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소나무로 형성된 곶자왈(용암지대에 이뤄진 자연림), 파호이호이용암.(점성이 낮은 용암)이 만들어낸 암반을 직접 마주했다. 쉴 새 없이 풍경이 바뀌면서 지루할 틈도 없이 어느덧 종착점인 김녕포구에 닿는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제주가 가진 고유한 지형들과 역사, 제주인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는 길”이라며 “6시간 정도면 ‘놀멍 쉬멍 즐기멍’(놀면서 쉬면서 즐기면서)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코스는 바다 오름 곶자왈 등 화산섬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자연환경을 비롯해 마을 밭 등 인문환경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경관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 사람을 만나는 제주올레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조천읍 조천만세동산에서 신흥해수욕장, 제주대 해양연구소, 함덕서우봉해변, 북촌포구, 동복교회, 백련사를 거쳐 김녕어민복지회관까지 총연장 18.8km. 서우봉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탄하다. 19코스 개장으로 제주올레 코스는 섬 및 비정규 5개 코스를 포함해 모두 24개 코스, 395km가 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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