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만 잡아도 깨달음을 얻는다는 해인사 禪院을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1200년만에 딱 하루 열린 ‘禪의 門’

해인사의 선원인 소림원 앞에 체험참가자들이 벗어놓은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합천=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해인사의 선원인 소림원 앞에 체험참가자들이 벗어놓은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합천=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1200년의 시간이 그대로 참선에 배어든 느낌입니다.”

24일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 선원(禪院)이 1200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법보종찰 해인사는 참선 수행의 뿌리가 깊고 권위가 높은 곳으로 ‘해인사 선원은 문고리만 잡아도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이 전해진다. 성철과 법정 등 평생 수행에 정진했던 스님들의 선(禪) 향기도 배어 나온다. 소림원(少林院)으로 불리는 선원 문에는 ‘심사굴(深蛇窟)’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뱀이 용을 꿈꾸듯 수행의 깊이를 더해가는 동굴이라는 뜻이다. 이날 개방은 인근에서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이 열리고 마침 선원이 방학이라 아쉽게도 하루만 개방됐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시간대별로 40명씩 선원을 체험한 사람은 440명. 연령대도 20대에서 90대까지 다양했다. 이날 소림원 개방이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으자 해인사 측은 스님 6명이 직접 체험객을 지도하도록 했다.

체험은 선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때부터 ‘묵언(默言·말을 하지 않음)’ 수행으로 시작됐다. 선원 안에서는 고요함으로 참선을 마칠 때까지 혼자 있는지 40명이 함께 있는지조차 어려웠다.

소림원은 불교 조계종의 핵심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화두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참선)을 하는 곳이지만 이날만큼은 체험객들에게 따로 화두를 던지지는 않았다. 화두는 각자 알아서 정하도록 한 것. 330m²가량인 선방에 들어간 뒤 줄지어 몇 바퀴 돌고난 후 좌선에 들어갔다. 간간이 ‘딱’ ‘딱’ 하는 죽비소리가 절차를 알려줄 뿐 참선객 40명은 40가지 마음을 쫓으며 곧 깊은 고요함 속으로 들어갔다.

부산에서 온 50대 부부는 “선원 체험은 더러 해봤지만 해인사는 오랜 전통 덕분인지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긴긴 세월을 이어온 마음의 고향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혜인사 선각 주지스님도 1200년 만의 선원 개방이 신경이 쓰였는지 수시로 선원을 찾아 참선 모습을 살펴보며 죽비를 들기도 했다.

해인사가 일부 반대에도 ‘일일 개방’을 조건으로 선원을 개방한 이유는 간화선이 스님들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속에 조금씩이라도 스며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선각 주지스님은 “선원을 열었다기보다는 간화선을 개방한 것”이라며 “선원을 자주 개방할 수는 없지만 간화선이 널리 보급되고 공유되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합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