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고 개인레슨 1시간은 정규수업 2~4시간에 해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항소심, 1심 판결 뒤집어… 학부모 “과도한 레슨비 막아”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서울예술고등학교는 2009년 학생당 음악전공 수업 시간이 일주일에 6시간(단위)으로 짜여 있었다. 인문계 고교 영어 수업 시간이 주당 5시간 안팎인 것과 비교해보면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전공 6시간 가운데 1시간은 개인 레슨(지도) 시간으로, 나머지는 레슨을 위한 연습 시간과 전공 연주회, 합창합주 시간 등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그해 말 특별감사를 벌여 “시간표상 전공 개인 레슨을 주 2∼4시간으로 편성하고도 실제로는 1시간만 레슨을 진행해 수업 결손이 생겼다”며 보충수업 명령과 함께 교장 등에 대해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학교 측은 발끈했다. 영재들이 개인 레슨 1시간을 제대로 받으려면 10시간이 넘는 연습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습시간도 정규 수업 시간에 포함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주당 6시간 내내 개인 레슨을 하거나 한 교실에 영재 수십 명을 모아 놓고 진행하는 집체 교육은 효율성이 떨어져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곧바로 교육청의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시간의 수업을 몇 단위의 이수로 판단할지는 교육청의 권한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달랐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강민구)는 23일 “국내외 예술학교 사례를 종합한 결과 경쟁력 있는 영재 집중 교육을 위해서는 개인 레슨 1시간을 2∼4단위의 수업을 이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육청이 건전한 관행을 거스르는 줄 알면서도 ‘감사를 위한 감사’를 했다”며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일선 학교의 자율성을 해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도 했다.

실제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전공 레슨을 보장하기 위해 1시간의 개인 레슨을 4시간의 정규 수업을 이수한 것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은 무려 5시간의 정규 수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23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는 순간 법정에 있던 서울예고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서영님 서울예고 교장은 “교육청 요구에 따라 레슨 시간을 늘리려고 집체 교육을 늘려 편성하니 상당수의 영재가 학교를 자퇴했다”며 “획일화된 한국식 집체 수업으로는 결코 영재를 길러낼 수 없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현재 개인 레슨은 주 1회에 2만 원씩 한 달에 8만 원의 실습비를 내고 있는데, 교육청 조치대로 6시간 내내 개인 레슨을 받으면 레슨비만 한 달에 48만 원가량 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과도한 실기수업비 지출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식 채널A 기자 bell@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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