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상을 살다보면 굉장히 애매한 것들 때문에 서로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교생도 예외가 아니죠. 학교생활을 하면서 애매한 상황에 맞닥뜨리곤 하는데요. 이런 애매한 것들을 정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애정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여기자’를 모셨습니다.
대한민국이 왜 아름다운지 아십니까잉. 바로 우리들만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정해놓고 지키기 때문입니다잉. 하지만! 우리 고교생들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참 애매한 것들 많습니다잉. 고교생에게 직접 사연을 받았습니다잉.
“곧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옵니다. 시험 때마다 고민이 있는데요. 저번 학기말고사가 끝난 날, 그간 쌓인 공부 스트레스나 피로를 한방에 날리기 위해 종일 실컷 놀았습니다. 다음 날 바로 ‘공부모드’로 다시 돌아가려니 뭔가 아쉬워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러가려는데 엄마가 ‘또 노느냐’며 눈치를 주시는 겁니다. 시험 끝나고 며칠까진 눈치 안 보고 놀아도 될까요?”(경기 A 고등학교 2학년 우모 군)
자, 이거 애매합니다잉. 정해드립니다. 결론 나갑니다. 잘 보세요잉. 시험이 끝난 날, 하루! 이날은 공식 휴일입니다잉. 추석으로 치면 앞뒤로 쉬는 날이에요잉. 달력 숫자 빨갛게 칠하는 겁니다잉. 논다고 부모님, 선생님 잔소리 하시면 안 되는 거예요잉. 안 그래도 주말까지 학원 다니느라 바쁜데, 머리도 좀 쉬어야 다시 돌아갑니다잉.
여기서 문제.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 오른 애랑 대충 공부해서 성적 떨어진 애랑 똑같이 놀면 억울할 수 있어요잉. 그래서 딱 정합니다잉. 시험 끝나고 채점해보니 평균 7점 이상 올랐다. 그러면 기본 3일 쉽니다잉! 부모님 뭐라고 하시기 없기에요잉. 그 정도 올랐으면 보상받을 만해요잉. 평균 4점 이상 오르면 기본 2일입니다잉. 단,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은 양심껏 하루만 노세요잉. 억울하면 다음번에 잘 보면 됩니다잉.
하지만! 시험 끝난 핑계로 일주일 넘게 노는 거 안 됩니다잉. 이거 휴식 아니에요잉. 나 홀로 봄방학 보내는 거예요잉.
“학교복도를 걷다 보면 반대편에서 걸어오시는 선생님들과 마주치잖아요.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져 어떤 선생님인지 알아본 순간부터 마음속에 갈등이 시작됩니다. 지금 바로 인사를 하자니 서로 지나쳐갈 때까지 계속 눈이 마주치면서 왠지 민망할 것 같고, 코앞까지 가까워졌을 때를 기다리자니 그것도 뭔가 좀 어색하고…. 복도에서 선생님께 인사하기, 어느 정도 거리에 이르렀을 때 해야 할까요?”(서울 양재고등학교 2학년 김재형 군)
수업 끝나는 종 치자마자 복도로 달려 나오는 고교생들, 많이 공감하실 거예요잉. 이거 애매합니다잉. 딱 정해드립니다, 결론 나갑니다잉. 선생님이 2m 앞, 그러니까 크게 두 걸음 앞까지 오셨을 때 인사하는 겁니다잉. 왜 2m냐? 인사하고 나서 두 걸음 만에 딱 깔끔하게 지나갈 수 있어서 그래요잉. 반대로 2m 이내로 가까워졌는데도 인사 안 한다, 그러면 선생님이 인사 받아줄 준비를 하고 계시다 민망해지거나 ‘얘는 예의도 없나’ 싶어 괘씸해하실 수 있어요잉. 미묘하고 어색한 분위기 감돌 수 있어요잉.
문제가 또 생깁니다잉. 한 3∼4m를 남겨두고 눈이 마주쳐버렸다! 그럼 가볍게 ‘꾸벅’부터 합니다잉. 잠시 눈은 딴 데로 돌려요잉. 그리고 선생님이 2m 앞에 오셨을 때 허리 굽혀 “안녕하세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면서 인사하는 겁니다잉. 중복해서 인사하는 느낌을 덜어낼 수 있어요잉.
물론! 여러 번 인사해도 됩니다잉. 5m 밖에서 뛰어와 코앞에서 인사하면 선생님들 기분 좋으셔요잉. 이거 안 지킨다고 쇠고랑 안 찹니다잉. 삐뽀삐뽀 경찰 출동 안해요잉. 우리 고교생들만의 아름다운 약속입니다잉.
※ 이번 ‘스쿨 다이어리’는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끄는 KBS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코너 속 개그맨 최효종 씨의 어투를 패러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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