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서울과 나주에서 ‘특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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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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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무용-북소리에 외로움도 훌훌
서울 ‘은평의 마을’에선 장애인-노인위한 예술무대

《 금호석유화학이 나눔예술의 든든한 가족이 됐다. 이웃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기업의 사회공헌 비전이 무대마다 특별한 만남을 연출하는 나눔예술과 어우러진 것. 이런 만남 속에 서울시무용단은 지난해 6월 동아일보가 나눔예술의 돛을 올린 노숙인 복지시설 ‘은평의 마을’을 찾아 작은 축제를 펼쳤다. 전남 나주에선 다국적 배우들과 다문화가족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나눔무대의 참맛을 되새겼다. 》
서울시무용단 무용수들이 21일 은평의 마을 무대에서 객석의 환호속에 장구춤을 펼치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서울시무용단 무용수들이 21일 은평의 마을 무대에서 객석의 환호속에 장구춤을 펼치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와∼.”

함성과 힘찬 박수가 궁중무용 ‘향발무’를 반겼다.

캐스터네츠와 흡사한 향발을 치며 자태를 뽐낸 무용수들의 춤은 휠체어에 의지한 노인의 손장단까지 이끌어냈다. 지적장애인들과 몸이 불편한 노인이 대부분인 관객의 시선은 무용수들의 손끝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 ‘은평의 마을’에서 펼친 21일 서울시무용단 공연. 버선을 사뿐히 지르밟은 무희들의 부채소리는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구성진 가락을 따라 흐른 선비춤의 장단은 “얼씨구, 좋다”를 연발하기에 충분했다.

객석 분위기도 지난해와 달리 함께 공연을 즐기고 호흡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 서울시무용단 최효선 지도위원은 “관객들의 호응이 좋아 뿌듯하다”며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다들 건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구의 백세 노인이 등장하자 관객은 신기한 듯 무대를 응시했다. ‘한 오백년’을 탄 옛 여인과의 사랑은 허상일지언정 노구를 춤추게 했다. “어화 둥둥 내 사랑∼.”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가에 이어진 장구춤 장단은 한껏 빛을 발했다.

‘둥둥둥 둥둥….’

10여 명의 무희가 뿜어내는 역동적인 북소리는 고된 세상살이에 위안과 힘을 실어주기라도 하듯 공연장을 흔들었다. ‘은평의 마을’ 이향배 원장수녀는 “소외된 곳을 풍성한 예술로 채워줘 감사하다”며 “특히 북춤은 가족들의 속을 확 풀어줄 정도로 좋았다”고 말했다.  
▼ “아들타령 시어머니 나빠요” 까르르∼ ▼
나주 청소년수련관에선 이주여성 애환 다룬 연극


다국적 극단 샐러드의 배우들이 16일 전남 나주 청소년수련관 무대에서 다문화가족의 공감을 부른 연극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나주=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다국적 극단 샐러드의 배우들이 16일 전남 나주 청소년수련관 무대에서 다문화가족의 공감을 부른 연극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나주=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시어머니가 아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반긴다. 만면에 웃음을 띤 몽골 며느리는 때마침 등장한 시아버지에게 신기한 인사법을 그대로 써먹는다.

“아이고, 내 새끼 왔어.”

기겁하는 시아버지, 객석에선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16일 오후 2시 전남 나주 청소년수련관 무대에선 몽골 필리핀 네팔 출신 배우들과 다문화가족의 색다른 만남이 펼쳐졌다. 몽골 며느리가 가부장적 한국문화와 좌충우돌한다는 극단 샐러드의 ‘이주여성 한국생활 도전기’.

실제 한국인과 결혼한 몽골 여배우의 에피소드에 관객들은 웃고 공감하며 무대와 하나가 됐다. 명절 풍경에 대한 주인공의 노래가 흘렀다.

“남자들은 하루 종일 먹고∼, 여자들은 하루 종일 만들고∼.” 무대의 남편은 술에 취해 들어오기 일쑤고 휴일엔 TV 앞에서 스포츠경기에 취해 있다.

필리핀 출신 아내는 멋쩍어 하는 한국인 남편에게 핀잔을 주고, 무대에선 시어머니의 아들타령이 이어졌다.

“병원에선 딸이라는데 이러다 쫓겨나는 거 아냐.”

난감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캄보디아인 며느리 니숍햅 씨(30)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매의 엄마인 그는 아들을 원한 시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딸을 먼저 낳는 주인공의 심정에 적극 공감했단다. 남편들의 공감도 컸다. 필리핀인 아내를 둔 김삼남 씨(43)는 “남편들이 꼭 봐야 할 극”이라며 “이국에서 온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인공 다시마 프롭 씨(28)는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에 대한 남편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하트시각장애인체임버오케스트라 이상재 예술감독
“美 시각장애인들에 ‘감동의 빛’ 선물하러 갑니다”


“다음 달 25일 미국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나눔무대를 펼칩니다. 이틀 뒤엔 예술가들이 꿈꾸는 뉴욕의 카네기홀 무대에도 섭니다.”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오케스트라인 하트시각장애인체임버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이상재 예술감독(44·사진)은 미국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겠다고 자신했다. 2007년 3월 출범한 하트체임버는 ‘기적의 오케스트라’로 불리며 전국 곳곳에서 나눔무대를 펼치고 있다.

▶본보 8월 30일자 A13면 ‘문화소통’ 전국…

“카네기홀 120년 역사상 시각장애인오케스트라 공연은 처음일 겁니다. 사실 생각도 못했는데 저희 영상을 보고 감명 받은 분들이 주선해 성사된 거죠.”

이 감독은 미국 3대 음대인 피바디에서 시각장애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클라리넷 연주자. 동아음악콩쿠르 출신의 김종훈 악장 등 19명의 단원도 장애를 딛고 일어선 실력파다. 단원들은 지휘자 없이 악전고투 속에 수백 곡의 점자악보를 외워 연주하고 있다.

미국 현지 방송사와 평론가들은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를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이 감독은 2억 원가량의 공연경비 후원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50여 기업에 후원을 제안했지만 돌아온 답은 거의 없었다.

이 감독은 “부족한 경비는 집을 잡혀서라도 충당해 좋은 연주를 보여줄 것”이라며 “반드시 나눔의 정신과 예술성으로 인정받는 오케스트라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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