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땅의 여보…” 42년째 통한의 사부곡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1969년 KAL기 北에 피랍
50명 중 11명 못돌아와 12월 11일까지 송환 캠페인

“바로 저긴데, 우리 땅인데…. 가도 오도 못하는 이 기막힌 운명에 땅을 치고 통곡하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경기도북부청사 1층 로비에 김영숙 씨(70·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시종 떨렸고 간간이 울음도 섞여 나왔다. 김 씨의 남편은 1969년 12월 강릉을 떠나 김포로 향하다 고정간첩에 의해 납북된 대한항공(KAL) 비행기 승객 최정웅 씨(당시 30세). 당시 승무원과 승객 50명이 피랍됐고 이 가운데 39명은 이듬해 2월 돌아왔지만 최 씨 등 11명은 아직까지 생사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피랍 42년 만에 이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이날 경기도북부청사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은 애절한 편지를 직접 읽었다. 그는 “42년의 시간은 악몽이고 암흑의 세월이었다”면서 “옛날에는 애들이 ‘우리 아빠는 어디 갔느냐’고 묻더니 지금은 손주들이 ‘왜 할아버지가 없냐’고 묻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단 하루를 만나도 좋으니까 제발 건강하게 살아만 있어 달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황인철 씨(44)는 “최 씨 가족은 40년 전 납북사건의 국민적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왔다”며 “생사 확인과 상봉을 위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캠페인은 경기도북부청사에서 28일까지 계속되며 피랍일인 12월 11일까지 전국을 돌며 열린다. 캠페인에서는 당시 피랍 관련 사진과 자료 등이 전시된다.

의정부=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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